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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 천천히 생각하는 아이가 읽고 이해하고 쓰기까지

by 두목의진심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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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경계선 발달 장애, 그중 인지적 발달이 다소 지연된 사람을 지칭하는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이야기라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복지관에서 종종 마주하는 사람들이기도 해서.

 

가만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주의산만, 학업부진, 학습 의욕 없음 같은 말을 생각 없이 내뱉으며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비웃듯 통신표에 남발된 선생들의 평가는 누군가에게는 낙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처를 안고 살았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아동심리전문가로 경계선 지능 치료를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비롯 강연을 통해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느린 학습자에 대한 나름의 정리를 시작으로 그들이 읽고 쓰고 이해하고 나아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기까지의 방법을 담고 있다.

 

18쪽, 느린 학습자에 관한 정리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느린 학습자가 꼭 공부를 잘해야 해? 라는 일련의 정규 교과 과정 이수만 생각했다. 공부는 좀 못하지만, 말 그대로 꼴등이면 어떠랴 공부 스트레스 안 받고 친구와 사이 좋게 지내고 졸업하면 되지, 라는 정도의 수준을 정해 놓은 타협 같은 마음이랄까.

 

한데 저자는 그들에게 문해력을 왜 지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첫 장에서 명확히 이유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게다가 읽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더라도 맞서 이겨내도록 아이들을 돕고 지도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느린 학습자에게 문해 지도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문해력 부족이라는 큰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느린 학습자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글을 소리 내어 읽어도 하나하나의 낱말들이 의미 있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문단으로 구성된 글들이 도무지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란 매우 어렵다." 20쪽, 느린 학습자에게 왜 문해 지도를 해야 할까?

 

솔직히 그들이 공부하고 싶어 할 거라는, 그것도 열심히 하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누가 공부를 즐겁고 하고 싶어 갈증에 허덕인다 하겠나 싶었다. 있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싫어하니 일반화 해버린 것은 아닌지. 암튼 부끄러움을 주기도 참 많이 준다.

 

책 읽기를 통해 단어를 넘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문해력을 바탕으로 대인 관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소름 돋을 만큼 충분히 공감했다. 더구나 이 책의 목표 단계를 보니 가슴이 벌렁댄다.

 

55쪽, 문해 지도의 목적

 

느린 학습자의 한글 읽기 유창성은 저절로 갖춰지지 않는다, 라는 말에 걸려서 다음 문장을 넘어 가지 못했다. 유창해진다는 것은 저절로 갖춰지지 않는 것이야 느린 학습자만 그러겠냐 싶지만 그들이 노력해야 하는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되니 마음이 쓰인다.

 

책에서 가장 많이 눈에 뜨고 마음이 쓰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표현이 달인을 만들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을 혹은 않을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90쪽, 느린 학습자를 위한 연령별 추천도서

 

문장 구조와 문법 설명은 비단 느린 학습자를 위한 설명이라기보다 누구나 글을 쓰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 하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 그것도 반복을 전제로 하는 인고의 교습이 솔직히 쉽지 않겠다 생각할 즈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스스로 문법적 지식에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느린 학습자를 가르쳐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어 문법 전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므로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다. 그저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조사, 서술어, 낱말, 문장부호 등)만 가르치면 된다. 이들이 문장의 의미를 만들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 주면 느린 학습자들도 기본적인 문법 정도는 충분히 알아 듣는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 적극적으로 일을 활용한다." 125쪽, 느린 학습자에게 필요한 기본 문법

 

읽을수록 느린 학습자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은 옅어진다. 읽고 쓰고 그 안에서 생각을 키우는 힘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딱히 느린 학습자라 경계 짓고 수준이 다르다는 편견을 느낄 수 없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 그들도 읽고 쓰고 싶어하고 더 잘하려 노력한다는, 누구나 갖는 보편적 욕구를 이야기할 뿐이다.

 

268쪽, 느린 학습자를 위한 글쓰기

 

이 책은 느린 학습자를 이해하거나 그들의 문해력을 키우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속 시원한 길 안내서 될 것이다. ​ 강추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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