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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시] 제진역 | 문학시선 140

by 두목의진심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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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시인을 알게 됐다. 책을 좋아한다는 변변치 않은 남편 자랑에 시인은 뜻밖에 수필가인 남편의 시집을 선물했다. 시집이 얼마 만인지, 차일피일 미루다 이내 읽었다.

 

시인의 화려한 이력이 눈에 띈다. 고졸 출신 1급 철도 공무원, 그의 고단하고 지난한 인생이 안 봐도 주륵 펼쳐지는 듯하다. 제진역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철도는 달리고 싶어 한다는 목마름은 익히 알고 있는 세대라서 시인을 궁금해한다.

 

한편으론 눈발이 날리는 역사 위에서 묵묵히 깃발을 흔들던, 감성 쩌는 영화 <철도원>이 생각났다. 철도를 녹일만한 그의 감성이 궁금하다.

 

"이 시집 속에서의 많은 오브제와 모티브는 나의 심정이 서러울 때이거나 그 서러움이 해결되면서 오는 기쁨과 고마움이다." 4, 자서(自序)

 

시는 자서에서처럼 그의 고단한 감정보다는 조금 더 밝게 느껴진다. 채송화에 아버지와 추억 가득한 꽃밭이, 할미꽃 굽은 등에서 어머니를, 아내와 두 딸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넘쳐나고, 먼 타향살이 유학 생활 외로움을 견디던 시간을 길어 올린다.

 

140쪽, 오브제를 찾다가

 

시를 담아내는 그릇이 습자지처럼 얇고 투명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더하기 쉽지 않지만, 깊은 울림이 있거나 눈물 콧물 훔쳐 내거나 절절한 사랑에 애가 녹거나 하진 않다. 그래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라면 억지로 시인의 감정을 전이해야 시를 읽었다 할만한 해서 오롯이 시로 읽어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은 그러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저 시인의 일상을 꾸밈없이 그대로의 감정이 전해져 그의 삶에서 내 이야기를 찾아낸 느낌도 없진 않았다.

 

작가에게 도서를 선물 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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