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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잃어버린 옆모습

by 두목의진심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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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가 등장하는 그의 연작 소설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그만의 색깔이 입혀진 사랑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의 앞선 이야기 속 조제를 만나본 적 없고, 그저 삶에 적극적이지만 의존적이던 여인이 결국 자신의 틀을 깨고 주도적으로 변모하는 영화 속 조제를 떠올릴 뿐이어서 이 소설은 쉽지 않았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 자신에 관한 순수하게 '시각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다." 23쪽

 

조제가 앨런의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난 순간이 오히려 더 걱정스러웠다. 줄리어스 A. 크람과 같이라니. 그럼에도 내가 지금 존재한다고 느낀 그대로의 나였다, 라는 말은 안심이 되면서도 그의 생이 쉽지 않으리라 예측되는 순간 이기도 했다.

 

줄리어스 A. 크람의 헌신적인 보호에도 색을 잃은 조제의 삶은 채색되지 않았다. 그 시간내내 내 눈은 그저 활자를 좇는 수준의 독서가 지루하기만 한데 한편 그 안에서 이 위대한 작가가 담아내는 원대한 의미를 포착해내야 한다는 사명감같은 게 있어 힘들기까지 하더니, 이제 갑자기 등장한 루이와의 휘몰아칠 격정이 조제의 삶에 어떤 색을 입힐지 기대감이 생긴다.

 

어쩌면 모든 것에 의미가 생긴 조제의 삶이 더 권태로워질까 걱정스러운 건지도.

 

171쪽

 

"우리는 지독히도 평행이고 지독히도 낯선 서로의 인생 속을 지나갔다. 우리는 오직 옆모습만으로만 서로를 보았고, 결코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소유하기만을 꿈꾸었고, 나는 그에게서 달아나기만을 꿈꾸었다. 그게 전부였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비참한 이야기이다." 233쪽

 

결국 조제의 사랑은 자유로워야 하며, 그를 권태로 옮아맬 보호뿐인 사랑은 그저 스치는 옆모습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조제를 통해 어쩌면 사랑은 허무하기도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격정을 불러일으킬 자유 의지여야 한다는,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랑에 관한 시크하고 담백한 작가의 탁월한 묘사에 감탄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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