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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고스트 라이터

by 두목의진심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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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식들은 반창고를 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짧고 퉁명스럽게. 잠시 따끔거리다 이내 사라져버리는 통증, 처럼.

 

부랴부랴 옮겨 적는다.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는 표현치고 이것처럼 멋진 표현이 있을까. 그렇게 감탄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십 년을 공들여야 만들어질 이야기를 석 달 만에 만들어 내야 하는 뇌종양을 머리에 담은 작가라는 설정부터 헷갈렸다. 소설인가?

 

원래 까칠한 스타 작가가 더 까칠하게 자신의 은퇴를 말한다. 그리고 신간은 자신이 은퇴 후 베스트셀러 제조기인 최고의 에디터에게 편집을 맡기라 한다. 그런데 그 에디터는 로맨스를 써내는 그의 작품에 관심이 없을 것, 이라고 그의 대리인은 예측한다. 이 사람이 왜 이럴까? 대리인의 상상력이 동원된다.

 

​아! 얕은 탄성이 났다.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4분의 1? 아님 5분의 1이려나? 고작 이 정도를 읽었을 뿐인데 달아오르고 있다고 느낀다.

 

87쪽

 

남편을, 딸을 잃은 작가의 상실감을 위로할 수 없다. 혹시 작가가? 라는 추리가 머릿 속을 파고 들어 상실감 따위를 위로하기는 커녕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는 그가 범인이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빨려 들게 만들다니!

 

우리 이야기를 쓰고 있더구나, 라고 헬레나의 엄마가 말할 때의 전율이란! 어스름한 추리 끝이 그랬는데 그게 그런 것 같아서 짜릿한데 통쾌하기 보단 짜증이 치민다. 반전이라면 반전. 베서니의 죽음이 가까이 왔다.(더 읽고 나니 혼자서 남의 다리 열심히 긁고 있었다.)

 

"그 비명 소리는 마치 동물이 죽으며 내는 소리 같았다. 몸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 지는 소리. 절망으로 가득해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무릎 꿇게 만드는 소리. 남아 있는 삶의 매 순간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소리. 그런 비명이 문을 통해 진동 했다. 그는 잠긴 문손잡이를 당겨 보았다.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이렇게 혼자 둘 수 없다. 저런 소리를 내는 데 괜찮을 리 없다." 312쪽

 

마크에게 헬레나는 어떤 존재일까, 라는 의심의 끈이 조금은 삐져나와 있었다. 아마 끝을 볼 때까지 그랬지 않았나 했는데,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비슷한 고통을 직면하는 일은 쉽지 않음을 이해하게 된다.

 

​"인생은 우리에게 짐을 지우면서 그 짐의 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짐을 짊어지거나 무너져 내리거나 둘 중 하나다." 390쪽

 

사실 결말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은 것이 다소 김빠지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책을 잡았다면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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