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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by 두목의진심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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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다른 삶을 주제로 생각의 축제를 펼친 故 이어령 선생의 강연을 옮겼다. 표지를 보며 '고정관념의 창살'을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표현했을까 싶었다.

 

"편견과 고정관념의 창살 속에서 자기가 갇힌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무기수들을 해방시켜서 자유로운 초원의 노마드가 되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겁니다." 9쪽, 책 머리에

 

 

상상력을 펼치는 자리, 홍을 'ㅎㅎ'으로 즐거워하거나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오는 걸 아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내게도 주어진 조금의 상상력이 있을까, 기대된다.

 

회자되는 숫자의 기억인 엄마의 별사탕은 좁은 집에서 삼 형제가 복작거리며 살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어떤 숫자를 세고 있었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궁금하다. 선생이 풀어놓는 숫자의 향연에 이리저리 생각이 따라다닌다.

 

숫자로 풀어내는 생각 끝에 원주율(π)이 있다. 아무리 계산해도 0.01을 넘지 못하는 세계. 아무리 애써도 3.14에서 3.15가 될 수 없다는 느낌은 어떨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애잔하게 울렸던 파이송이 떠오른다. 그 장면에서 울컥했었는데.

 

69쪽, 원주율 파이

 

이렇게 숫자는 수를 세기 위한 도구에서 이름을 갖고 정체성이 부여됨과 동시에 이야기를 얹고 의미가 부여되는 역사로 전환된다. 자본주의 상징인 맨해튼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9월 11일과 이념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 9일의 오묘한 숫자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꼬리를 물어가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는 의미인 빵(0)이나 알파나 뫼비우스의 띠로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팔(8) 그리고 실제 자연의 숫자 사(4)와 창조와 변화인 오(5), 완성과 신비의 숫자 구(9), 분열과 통합의 수 이(2), 절대 유일의 수 일(1), 균형과 힘의 수 삼(3), 완전한 조화와 융합의 수 육(6), 영적인 힘의 상징인 칠(7)을 다시 생각하면서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숫자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끌어내라며 강연은 이어진다. 근데 우리가 알고 있는 줄 세우기 숫자가 아니라 뒤죽박죽된 의미가 있을까? 이제 별게 다 궁금하다.

 

221쪽

 

미키 마우스 손가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여덟 번째 허들을 넘고 나서 자크 플레베르의 작문 노트를 만나는 것으로 숫자에서 벗어나 상상력은 나무에서 숲이 되고 바다와 새와 음악이 되는 상상력의 세계를 응원하며 끝을 맺는다.

 

 

하나하나의 챕터를 그는 '허들'로 구분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넘어 상상력을 펼치라는 뜻일까. 어쨌거나 젊은 청춘들에게 팍팍한 현실에서 셈으로만 쓸모를 구분하는 '수'가 아니라 보다 넓은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나누는 이 책은 8020이어령 학당의 강연을 정리해 놓아 단단하게 굳어있는 사고를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더구나 방과 후 교실을 통해 그의 생각을 더하고 있다. 수를 통해 인문을 만나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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