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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 여백을 담는 일상의 빛깔

by 두목의진심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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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민다' 라거나 '번진다' 라는 말이 갖는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수채화의 농도를 사계절에 담긴 삶의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작가가 얼마나 부러운가. 이유 없는 짜증이 명치끝에 걸려 내려가지 않을 때는 그림 도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라는 작가의 심신 안정 방법으로 그리는 계절은 생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색을 덧입히며 물기가 종이에 머금도록 기다리는 일 같이 수채화를 통해 터득한 것들이 작가가 삶에서 얻은 인간관계의 깨달음으로 번진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읽는 내게 공감으로 천천히 스며 든다.

 

29쪽, 생각의 결

 

작가는 색의 명도와 채도로 삶의 태도를 표현하는데, 내 일상은 어떤 선명함을 가졌을까 생각한다. 명도는 높은지, 채도는 어느 정도 밝은지… 부디 밝고 선명한 삶이었길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길, 만약 아직 못 찾고 헤매는 중이라면 이젠 찾고 싶기도 하다.

 

"당신 없으면 못 산다는 생각으로 결혼했지만, 결혼 10년 차가 넘어서자 당신 때문에 못 산다고 말했다." 125쪽, 다름을 인정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어쩜 이리 유쾌하게 표현했을까, 웃음이 났다. 달라서 좋았던 것들이, 달라서 피로해지는 순간 우리는 삶의 생기를 잃는다. 그래서 다른 것을 같다고 우기는 것보다는 다르니까 슬쩍 넘겨 버리는 관용도 이쯤 나이에선 내장 기능으로 탑재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을까.

 

125쪽, 다름을 인정했다

 

"감추고 싶은 모습을 받아들이자 이전처럼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내 삶이 제한되지 않았고, 내가 관심 대상이 되지 않았다. 나와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인정의 대상이 내게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166쪽, 인정의 기준을 달리했다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일은 자신과의 관계가 먼저 좋아져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나를 인정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위로받는 관계가 있는지, 또 그렇게 위로를 주는 관계가 있는지 생각한다.

 

236쪽, 에필로그

 

그의 이야기는 종이에 색이 퍼지듯 다채로운 색이 내 일상에도 번진다. 눈부신 핑크의 꽃잎이 흐드러지게 날리고, 밝게 빛나는 노랑의 세계가 펼쳐지는 요즘 읽기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성공보다는 성장하고 싶다며, 자신의 삶이 수채화를 닮았다는 그의 행복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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