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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학] 당신이 혹하는 사이 -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부정된다

by 두목의진심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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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혹' 하는 이야긴데 나는 '흑' 했다. 벌써 시즌 3이라니, 제대로 한편도 보질 못했는데. 채널이라곤 공중파 밖에 구경할 수 없어서 그랬다, 고 하기엔 SBS니 말도 안 되고. 그저 퇴근하고 지친 몸에 독서와 잠자기 바빴다고 빈약한 핑계를 찾는다.

 

아무튼 제목은 들어봤지만 음모와 관련된 내용인 건 몰랐다. 단지 주말 오전과 오후의 경계를 책임지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목록만 봐도 혹 한다. 게다가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도 추가됐다니 더 혹 했다.

 

읽으면서 놀란 이유가 좀 의외일지 모르겠다. 코로나 배후에 빌 게이츠가 있다는 얘기엔 콧방귀를 낄 정도는 되는데 일루미나티? 이 괴상한 집단에 대해선 난생처음 들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역시 내가 세상 일에 무관심 하구나, 했다. 혹 무식한 걸 내가 무관심한 것으로 포장하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지만.

 

암튼 이런 일들이 있고 이런 일들을 믿는 사람들이 있으니 만드는 사람이 있겠고 또 믿거나 말거나는 걔네들 입장이니 왈가불가 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싶지만 그래도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건 공공의 문제니까 논란의 여지는 분명하긴 하다. 신신애 누님도 그러지 않았던가, 세상이 요지경이라고.

"이렇게 방송이 나간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152쪽

고(故) 이용준 형사의 아버님이 남겼다는 말이 가슴에서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혹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버닝썬으로 연결된다는 의혹 제기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얼마나 많은 공권력이 양아치들과 커넥션으로 작동되고 있었는지 예상도 못 하겠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버닝썬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이던 YG 승리는 별 탈 없이 풀려났고 세간에서 빠르게 잠잠해졌다. 덕분에 유명세를 치른 강남서는 민중의 지팡이로 돌아오긴 한 걸까. 돈이든 힘이든 뭐 하나 없는 놈은 참 답답해진다.

 

"음모론의 엔딩은 각자 상상하는 것이니까." 171쪽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을 혹 하게 만들어 놓고 독자더라 알아서 상상하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특히 인체의 신비전에 등장한 인체가 중국의 유명 아나운서의 것이라면 의혹은 더욱더 그렇다. 읽는 내내 설마설마하면서도 확신에 가까워지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군부독재 시절 여기도 휑휑하지 않았던가. 권력자의 음모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되고 국내든 국외든 정부 차원의 의혹들은 그 중심에서 심장이 떨리고 감정을 흔든다. 909명의 집단 자살로 포장된 인권 유린이 실제라면, 실제라는 심증이 들지만 이런 사실에 대해 함구하는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거기에 CIA에서 자행된 인간 세뇌라니. 일부 국가기관에서 독단적으로 저리 무서운 일을 벌일 수 있을까. 무섭다. 정부도 세상도.

 

 

이 책은 TV 본방 사수를 기다리게 만든다. 솔직히 진실과 가십 정도 사이의 '카더라' 같은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는데 혹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건의 맥락과 음모로 제기 혹은 단정하는 시대 권력을 추궁한다. 놀라운 책이고 시즌이 계속되는 한 책으로 기록되었으면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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