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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경제경영] 아마존 언바운드 -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글로벌 제국의 발명

by 두목의진심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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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바운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유로운? 관습적이지 않은? 해방된? 아마존의 이 거침없는 행보에 대한 이야기는 <순서 파괴>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정형화되지 않은 기업가란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책 배달을 넘어 우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려는 그의 끊임없는 상상력이 이미 고삐가 풀렸다는 걸 의미할까?

 

실리콘밸리의 심층 취재 기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아마존을 깊숙이 파고든 이 책은 발명, 레버리지, 무적 불패의 3가지 파트에 1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주석을 포함 831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겼다.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를 아주 생생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프롤로그에 거론되는 기업가 정신에서 그를 보자면 기업과 기업가에게 쏟아지는 성공에 대한 찬사와 부는 이미 새로울 것도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아니 어쩌면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이가 그랬던 것처럼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를 지경인 수준과 다르게 열악한 노동환경인 창고에서 죽도록 일해도 통장에 푼돈만 남는 직원들이 자주 거론된다. 또 지역 사회를 넘어 지구 생태를 위한 사회적 책임엔 늘 소극적이란 평가를 무시해 왔다는 점은 그의 성공 신화와 다르게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아내와 집 차고에서 시작한 온라인 서점부터 닷컴 붕괴를 버텨내고 세상 모든 것을 파는 거대 유통 기업으로 성장, 아마존 프라임을 전면에 내세워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일론 머스크와 우주 전쟁을 치르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성공 시나리오를 써가는 동안 맞닥뜨린 극한의 상황에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갔는지 마치 그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저자는 자세하게 그려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자서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알렉사로 알려진 아마존 클라우딩 시스템(AWS) 기반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 개발이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는 하나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그들을 쉴 새 없이 몰아친 그의 신뢰는 주목할 만하고, 특히 애플의 시리와의 비교는 흥미로웠다. 실제로 그는 이 알렉사가 킨들의 음성 명령이나 쇼핑 도우미 정도로 예측했을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렉사나 클로버 같은 이 기기들이 점차 똑똑해져 대화의 '맥락'을 이해한다는 점은 시각장애인이나 고독사 위험에 처한 노인들의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는 데 진면목이 있다.

 

 

또 그의 색다른 면(?), 내가 그를 얼마나 안다고 색다르다고 하는지 우습지만 트럼프와 설전은 그랬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터넷 콘텐츠의 바람을 읽지 못한 패착을 만회할 수 있도록 제프 베이조스가 개인적으로 인수해 저널리즘의 책무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는 건 미처 몰랐던 사실이라 개인적으로 놀랐다.

 

한데 그의 의도가 어떻든 과연 언론사를 소유한 기업가가 저널리즘의 책무나 저자가 언급하는 민주주의 수호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쨌거나 디지털 시대에 이 종이 신문사를 인수해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기까지 하는 상황은 분명 예사롭진 않다.

 

 

차디찬 계절을 버티는 남자의 초상을 소환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반가움이 잠시 있다. 월 8달러와 연 79달러의 대결을 벌여야 했던 넷플릭스와의 한판 결투를 둘러싼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할리우드 진출기에 그의 전투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반면 그의 진영을 구축했던 초기 멤버의 성추문 같은 마이너스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결국은 아마존의 직원이 벌인 일 정도로 마무리되는 건 아쉽다.

 

"그는 키바를 인수한다면 아마존의 주문처리 센터들을 완전히 바꿀 수 있고, 사람을 고용하느라 급증하던 변동비용을 로봇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좀 더 예측 가능한 고정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436쪽

 

사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날로 늘어가는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직원의 생계라는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계산되어 로봇으로 대체하는 아마존의 효용은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알면서 무시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는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아마존의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알면서 그러고 있는 놈이 더 나쁜 법이다.

 

이 엄청난 책은 기본적으로 서두에 실린 존 스타인벡, <통조림공장 골목>의 한 문장이 저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의 성역을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심층적'이라는 부분에서 아마존을 파헤쳐 주길, 사실 조금은 아마존의 마이너스적인 이야기를 은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존이 노동자의 임금 착취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자주 논란의 중심이 되다 보니 기업 윤리가 최악이란 생각이 뿌리 깊다. 그러니 비호감 기업 중 하나라서 못돼먹은 트럼프를 끌고 들어와 그와의 대결이나 저널리즘으로 민주주의 수호의 길을 제공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에 빈정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감정은 개인적인 것일 뿐이라서, '친절함이나 관대함, 정직, 이해, 공감 같은 것들은 실패의 결과물이고 탐욕, 집착, 비열함, 자기중심과 사리사욕처럼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들이 성공을 위한 특징이라는 것 게다가 전자의 특성을 높이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후자의 결과물을 좋아한다.'라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마존이라는 거대 기업의 성공 신화나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 순간의 생각을 어떻게 현실화하는지 추진력, 조직을 장악하는 제프 베이조스의 강력한 리더십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주 전쟁에 대한 '지구 지난을 대비한 화성 개척으로 다행성 종족을 만든다'라는 일론 머스크와 '우주 접근 비용을 낮춰 우주여행이나 태양 에너지, 달의 금속 체취 등 새로운 자원을 배급해야 한다'라는 그의 우주 철학을 비교하는 부분에서 보자면 그는 뼛속 깊이 장사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국내 유통사와 손잡고 공습을 시작하는 이때, 기업가에게 윤리보다 사리사욕이 앞서야 성공한다는 것쯤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보다는 베풀 수 있는 기업가를 기다리게 되는 건 욕심일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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