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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 김치찌개 파는 신부가 건네는 따끈한 위로

by 두목의진심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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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눈물이 솟아 순식간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타인의 문장에서 이리 마음이 동하다니, 알 수 없다. 전날 퇴근하며 보았던, 내일 시험 성적 발표라며 어깨가 축 처져 소파 한쪽에 앉아 눈물이 그렁해진 딸아이가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한다. "그저 괜찮다.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자"라고 다독이긴 했지만 속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혹시 그런 마음이 얼굴에 담겨 기어코 딸아이가 서운한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었을까.


제주 올레길에 희망을 찾고자 올랐던, 사람들에게 모진 상처를 많이 받아 오롯이 혼자이고 싶었던 한 청년 이야기에, 또 그런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반성하는 신부의 이야기에 딸아이와 내 모습이 있어 감정이 북받쳤다.


“왜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죠? 가난한 청년은 하루에 몇 명이나 와요?” 53쪽


우리가, 아니 내가 얼마나 타인을 향해 날카로운지 다시 한번 느낀다. 책에 등장하는 노숙하는 청년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등 약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보며 우린 그들의 처지만 볼 뿐 그의 마음을 헤아린 적이 아니 그 정도도 아니고 그저 헤아리려 해본 적은 있을까. 그들이 게을러서 혹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처지가 된 건 분명 아닐 것이고 어쩌면 분명 우린 그걸 알면서도 그저 우리가 그렇게 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베이듯 아팠다.

 


우리는 ​인생이 견디기 힘들어지면 누구나 먼저 하는 게 '남 탓'이 아닐까.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 동료 혹은 상사가 막아 서지 않았다면, 괴롭히지만 않았다면, 그 순간 발목만 잡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들. 한데 이런 생각은 그 순간을 더 힘들게 할 뿐인데도 생각을 놓지 못한다. 그런 모든 것들은 남이 아닌 자신의 탓이라는 지적,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몫'임을 선명하게 선을 긋는 성찰에 생각이 많아진다.

 


'좋은 어른_되기' 챕터를 읽으면서 '상대가 웃을 수 없는 이야기는 이미 농담이 아니다'라던 말이 생각난다. 힘든 노동의 보상인 월급이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 또 시간이 지난 후 농담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조차 웃을 수 없었던 청년들이 느꼈을 박탈감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덩달아 반성한다. 아니 신부의 말대로 성찰하게 한다.


이 책은 신부가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연 청년밥집 '문간'을 성장시키려는 신부의 성장 이야기다. 생면부지 그것도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오롯이 타인을 위한다는 행위가 이토록 따뜻한 것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차디찬,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혹독하기까지 할 이 계절을 훈훈하게 해주어 고맙다. 조만간 문간을 넘어봐야겠다. 그리고 정규방송 밖에 볼 수 없는 TV를 가진 덕에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퀴즈도 찾아보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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