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by 두목의진심 2020. 12. 17.
728x90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양장의 책을 좋아하는데 은은한 화이트 톤의 양장 표지에 빛바랜 사진 속 여인이 있다. 살짝 낯선 표정이라 느껴졌다. 편견이 있던가? 미달이. 볼이 빵빵했던 시크하고 약간 무례하기도 했던 그래서 살짝 짱구와 어깨를 견주던 아이. 그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이 전해졌다.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었다는 것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힘겨웠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갓 입학한 초등생이 학교에서 친구와 노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촬영장이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좋은 말로 포장해도 새벽까지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뭐가 그리 즐거운 게 있었을까 싶어 마음이 아렸다. 게다가 막돼먹은 아줌마의 막말까지 들으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건 안 봐도 접대용 멘트다. 그의 속은 이미 잿더미였을 테다.


뭐랄까, 대화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옆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듯하다. 살짝 낮은 톤으로 끊기지 않게 계속 웅얼거린다. 살짝 고개를 숙였을지 모르겠다. 딱히 눈도 마주칠 누군가가 없기에 그저 누구라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그렇게 느린 보폭으로 자신과 발을 맞추며 걷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책이 말하는 듯하다.


그가 다시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까지 겪어야 했던 여러 일들이 놀랍다면 이상할까? 개방정 떨며 행복에 마지않게 보이던 그 밝은 미소 뒤에 감춰진 일상들이 그리 힘들었다는 게,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아이가 짊어지기엔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지만 어쨌든 시간을 견뎌내 그 힘겹고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왔다면 이제 남은 일은 밝게 빛나는 길을 걷기만 하면 될 일이다. 코엘류의 말대로 일면식도 없는 악플러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또 일일이 설명하려 애쓰지도 말고 지내길 바란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순 없지 않겠나.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미운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그러고 보면 때때로 하느님도 욕도 먹지 않던가. 그러니 앞으로 남들 행복을 바라는 만큼 그 자신의 행복도 많이 욕심내길 바란다.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장애인이 되기 전에도 나였고 장애인이 된 지금도 나인 것처럼, 여덟 살 미달이도 그였고 지금 서른 살의 김성은도 그임이 분명하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으면 싶다. 그 옆에는 늘 누군가 같이 걷고 있을 테니. 그리고 참 따뜻해졌다. 마음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