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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by 두목의진심 201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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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끝장을 덮으며 생소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왠지 단정하고 왁자지껄한 자리에서도 조심스레 말을 아끼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의 <언어의 온도>를 찾아 봤다. 프로필 사진이 생각했던 거와 비슷하다. 섬세함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다.

 

봄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썼다는 저자의 글을 나는 스산한 공기가 내리는 가을에 읽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온기가 있기나 한 걸까. 대답하기가 역시 어렵다.

 

책은 무거운 언어가 아닌 조금은 가벼운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깊은 철학이 담긴 것도 아니다. 다만, 그의 글은 시와 음악과 영화가 일상과 버무려져 좋은 냄새를 풍기는 맛 좋은 식탁이 생각난다. 거기에 따뜻한 공기가 스며있고.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25.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43. 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다." 58.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것이 참 많은 듯하다." 67.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관심은 폭력에 가깝고 상대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건 착취다." 81. 노력을 강요하는 폭력.

"인생의 사거리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이정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안내판이 없다는 건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애초에 길이 없으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94.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

 

이 가을. 들고 다니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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