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을 연달아 읽어서 그런 걸까. <말의 품격>이 전작에 비해 뭉클함이 좀 덜하다. 그렇다고 내용이 허술하거나 하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전작을 읽었을 때 그의 글에서 느껴지던 리듬이나 따뜻함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반복되다 보니 감흥이 떨어진달까.
어쨌거나 이번 책 역시 언어의 어원이라든지 사자성어를 비롯한 고전古典 등 그의 해박한 지식을 버무려 허투루 넘어가게 하지 않고 곱씹어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어머니와 관계에 대한 따뜻함이 반성을 하게 한다.
특히 입口이 세 개가 모여 격格을 이룬다고 하는 데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고 잘난체하는 사람을 무시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말'이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인 양 습자지 같은 지식을 지혜인 줄 알고 죄다 토해내는 사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이런 격 떨어지는 사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음미하고 깨닫게 하는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요즘 내가 자주 되뇌는 말 중에 하나가 "말이 많으면 결국 망한다"라는 다언삭궁多言數窮 이지 않은가.
가르침이나 생활에 지혜는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는 많은 것들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들에 대해 찬찬한 목소리로 일러주고 있는 느낌이다. 옆에 앉아 찬찬히 읽어주고 있달까? 전작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감정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이 공감이라면,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이 마음 한구석에 고이면 동정이라는 웅덩이가 된다." 43. 이청득심二聽得心, 공감.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81. 과언무환寡言無患, 침묵.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126. 과언무환寡言無患, 뒷말.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번지르르한 말속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면,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겨준다면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거친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177. 言爲心聲, 소음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이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88. 대언담담大言淡淡,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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