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타잔: The Legend of Tarzan] 타잔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려 한 게 아닌가?

 

<레전드 오브 타잔>은 우리에게 익숙한 밀림을 날아다니며 "아아아~"를 외치며 동물들과 유대감을 잔뜩 자아내며 밀림을 남획하는 무법자들을 물리치는 타잔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보수적인 문명사회인 영국 그레이스토크 백작이자 상원 의원일 뿐이다. 영화는 밀림에서 성장한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제인(마고 로비)에 이끌려 문명사회로 나온 후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그린다. 감독은 밀림에서 성장하는 모습은 플래시 백으로 아주 잠깐 보여줄 뿐이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영화는 진행된다.

문명사회에 적응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멸시와 차별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며 타잔이 다시 밀림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계기는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자유"다. 미국인 윌리엄스(사무엘 L. 젝슨)의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밀린 행을 결정하지만 왠지 매끄럽지 않은 전개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타잔이 아내 제인을 구출하기 위해 터질듯한 초콜릿 복근을 착용하고 아슬아슬하게 가린 하의만 입고 달리고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사자와의 조우, 고릴라와의 결투는 문명에서 또다시 밀림으로 역행으로의 완벽하게 적응하는 타잔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실 고릴라와의 대결이 타잔의 승리로 끝난다면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약간 김빠질 수 있었겠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여기에 음봉가(디몬 하우스) 부족에게 둘러싸여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윌리엄스는 총을 겨누지만 쏘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서는 장면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타잔의 활약상을 그리는데 충실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추격전과 대결은 오히려 피로도를 준다. 타잔의 전매특허인 동물을 부르는 "아아아~"를 여러 차례 외치지만 이후 동물들의 등장과 타잔의 교감은 어디에도 그려지지 않아 타잔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나 초반 타잔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하다만 이야기처럼 돼버려 아쉽다. 그리고 악의 축인 롬(크리스토프 왈츠)이 좀 더 악랄하지 못한 점 역시 어정쩡하게 느껴졌다.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레전드 오브 타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