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뭘 자꾸 참고 견디라고 하는건데요?"
스포츠를 통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많지만 코미디를 표방하면서 진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몇 안된다. 심은경이 주연한 <걷기왕>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영화에 대한 많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보게된 영화. 그저 육상이라는 그것도 비인기 종목,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저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웃기게 걷는 '경보'가 주 종목이다. 재미있을까?
재미있다. 근데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 묵직한 메시지까지 준다. 우주 최강 '멀미'라는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 걷는 것뿐인 만복(심은경)에게는 잘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저 주어진 멀미를 이겨내고 졸업하는 게 목표 아닌 목표다. 그러던 만복에게 열정을 갖고 목숨 걸고 경보를 하는 수지(박주희)을 만나고 만복 역시 '노력'이란 걸 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거기다 조연들의 오버스러움도 살짝 재미를 더한다.
"왜 선배가 하는건 노력이고, 제가 하는건 미련한거에요?"
영화는 고교생의 눈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그저 꿈을 꾸는 거 자체가 호사일지 모른다. 꿈도 없고 그저 공무원이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운동에 목숨 걸고 대학에 목숨 거는 아이들. 그 속에 아무 생각 없는 만복을 통해 인생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다. 또 많든 적든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을 남이 판단하는 일도 그렇고 또 그걸로 평가하는 것도 그렇고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지 않느냐는 만복의 자조적인 소리,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이야기, 이것도 하지 않으면 무서워지는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 같은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나는 "왜 꼭 뛰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 했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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