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노인"이 하는 영화 <유스>를 봤다. 뭐랄까, 굉장히 심오하고 난해하지만 알 것 같은 느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다양한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영화는 부유층과 명망 있는 사회 인사들이 머무는 스위스의 1급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늙고 병들어 더 이상 공을 찰 수 없는 전설적인 축구선수의 공에 대한 미련이나 언어장애를 의심 받을만큼 머무는 동안 단 한마디도 서로 하지 않는 부부나 사랑에 상처 입고 때론 자유로움에 대한 맛을 알게 되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 혹은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위치 거기에 그런 인생에 새로 들어 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담겨 있으면서 한편으로 그 모든 것을 이미 초월한 60년 지기 친구인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믹(히비 케이틀)은 인생을 통해 삶의 막바지에 서 있지만 아직은 놓칠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유스>는 거침없는 표현과 쭈글쭈글하고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의 몸을 고스란히 다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몸이 탱탱하다 못해 터져 나갈 것 같은 젊은 육체를 등장시키며 아슬아슬한 "젊음"에 대한 사무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명망 있는 지휘자 프레드는 사랑하는 아내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자 은퇴하고 아내와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만든 "심플 송"을 더 이상 연주하지 않는다. 프레드의 딸 레나(레이첼 와이즈)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외도와 결별 선언에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쏟아져 나온다. 아빠를 사랑했지만 아빠의 여자들을 감내하면서 살아온 엄마의 삶 속에서 자신의 불완전한 사랑이 비쳐서일까. 결국 남편을 이해하게 되는 이유가 자신 역시 사랑이라는 틀에 갇혀 지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유의 냄새를 알아 버렸다는 표현으로 삶에 대한 혹은 사랑에 대한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호텔 안에 있는 여러 군상들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고 어느 시점에서 웃음기를 머금어야 하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삶의 방향은 알 수도 없거니와 가볍지 않음으로 진지해져 버린다. 이미 황혼이 훌쩍 지나 팔십을 넘긴 나이에 찾는 그들의 인생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점점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가는 내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밀려들더니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먹먹함이 쓰나미처럼 돼버렸다. 조수미의 마지막 엔딩으로 흐른는 심플 송은 커다란 울림이 된다. "세상에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체념한듯 하는 대사나 "감정은 우리가 가진 전부야"라고 프레드의 말은 "나이듦"에 대한 것은 "젊음"을 보내거나 놓친 것이 아닌 여전히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인생의 방향은 알 수 없지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랄까. 지루하리만큼 느린 영화지만 나쁘진 않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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