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적 요소를 다 갖춘 영화 <로봇, 소리>는 로봇이라는 과학적 지식이나 상식 측면에서는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측면이 많다. 비밀리에 우주 공간에 떠 전 세계의 소리를 감청하고 저장한다는 게 그렇고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일 정도로 부서진 기판이 물속에 잠겨도 그녀의 생명력은 질겨도 너무 질긴 게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로봇에 집중되지 않는 이유는 정작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딸에게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 때문에 10년간 딸을 찾아 헤매는 부성애에 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믿고 보는 보는 배우 이성민이라지만 1인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집중되는 점은 다소 감정의 소모가 많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117분 내내 영화를 끌어가는 동안 그는 로봇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인공 지능"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무생물인 로봇과의 소통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잔소리에 툭툭 치며 장난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등 진짜 사람을 대하는 것같은 장면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추가되는 측면은 정치적인 내용인데 얼마 전 국정원에서 이탈리아의 한 회사를 통해 특정 메신저를 감청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떠들썩 했는데 이 일과 영화의 내용이 살짝 맞물린다. 로봇, 소리가 전 세계 개인의 감청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냥 웃어 넘기기엔 메세지가 묵직한 우려되는 점이다. 여기에 국내 테러방지법 통과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되고 있는 국회의 현재 상황은 짚어 볼 문제라는 점이다.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해 테러 방지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 안에 통화 내용은 물론이고 메신저에 이메일까지 모든 개인의 사생활을 국정원이 감청이나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은 분명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점을 넘어 뻔한 일이다. 이런 민감한 문제는 확실하고도 정확한 법적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로봇, 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사실 영화는 이런 감청이나 정보에 관한 정치적인 문제를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나 할까.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딸을 잃은 아빠가 딸의 죽음을 부정하고 10여 년간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부정(父情)이 뭔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녀를 둔, 특히 딸이 있는 아버지들의 가슴이 더욱 먹먹해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고, 소리치고 야단하고 윽박지른 게 아니라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서툴렀음을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어긋나고 상처가 되는 보무와 자녀들의 소통 문제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로봇, 소리>는 시작 장면 테이블에 각인된 제목처럼 아버지들의 가슴에 각인될 거 같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로봇,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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