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세기의 매치>를 보며 응팔의 "최택"이 생각났다. 조용하고 온화하지만 승부에 들어가면 무서우리만큼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승부에 몰두하기 끊임없이 연습하고 수를 암기하는 모습에서 스스로 철저히 고립되고 외로운 "승부사"가 느껴졌었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승부사의 이야기다. 종목만 바둑이 아닌 체스일 뿐.
<세기의 매치>는 70년대 미국과 러시아 체스 천재들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당시 러시아 선수들 일색이던 상황에 홀연히 나타나 러시아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세계 챔피언인 보리스 스파스키(리브 슈라이버)와 대결해 결국 세계 챔피언에 오른 미국의 바비 피셔(토비 맥과이어)의 전기적인 이야기다.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극도로 민감한 피셔와는 대조적인 스파스키의 모습을 보이며 피셔의 난폭한 감정 표현에 더해 숨소리, 바람소리,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 등 주변의 소리에 민감함을 넘어 편집증적 모습을 보인다. 감시받고 있다거나 도청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피셔의 정신과적 문제를 부각하는 것으로 한 천재의 비운의 결말로 이어진다 점이 다소 아쉽다. 얼마 전 독일의 암호 제조기 이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 튜링의 전기적 영화인 <이미테이션 게임> 역시 천재로서의 집착과 고립을 통한 정신과적 문제로 귀결된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그런 수순을 밟고 있다.
천재 승부사 피셔의 전기적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천재들의 대결이 아닌 바비 피셔의 내면에 집중되고 있는 점이 몰입에 방해된다. 천재들의 대결을 가장한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 전쟁이 벌어지는 점이 부각되었다면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매니저인 폴 마샬(마이클 스털바그)가 줄곧 드러내고는 있지만 피셔의 돌발적이고 기행적인 행동에 묻혀버려 무난한 영화로 마무리되는 점이 아쉽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세기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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