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을 비틀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운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코미디 장르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신 자체도 남자이고 세상을 구원한 예수조차 남자다. 여기에 예수의 동생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여동생이다. 이런 신의 가족 구성원만으로 기가 막힌 상상력인데 여기에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컴퓨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아들이나 딸 조차 보여줄 수 있는 기적(초능력)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그는 가부장적인 폭군에 딸을 허리띠로 후려갈길 수 있는 아동 학대까지 자행하는 개쓰레기다. 천사인 엄마(욜랜드 모로)는 하느님인 아빠(부누와 뽀엘부르드)에게 찍소리조차 못하는 수동적이고 우울한 주부다. 오빠인 예수는 아빠의 사명에 의해 인간을 구원하러 온 메시아가 아니라 아빠의 폭력을 피해 가출하고 자살해버린 쓸모없는 인사로 취급된다. 오빠가 불러모은 12사도에 6사도를 더해 새로운 신약성서를 만들려는 에아(필리 그로인)의 이야기라는 점은 사실 페미니즘적 요소가 짙은 게 아니가 싶다.
어쨌거나 신은 브뤼셀을 창조하였고 그 브뤼셀에 아담과 이브를 두었으며 그들이 번성하여 세상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천지창조 비틀기는 재미있다. 거기에 천국에서 세상으로 내려오는 성령같은 존재도 없이 그저 드럼 세탁기를 통해 세상으로 빠져나오는 설정 역시 유쾌하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에아의 아빠의 개과천선 식의 변화를 바라는 사명이나 다른 그 무엇 없이 그저 엄마가 좋아하는 야구팀의 숫자인 18을 맞추기 위한 사도 모집기는 그저 황당무개 하지만 여섯 사도를 찾아가는 로드무비는 그냥 가볍지만은 않다. 무작위로 뽑은 여섯 사도는 사회에 부적응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들의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도로서의 변화된 삶을 말한다.
또하난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망일을 알게된다면 인간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탐구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사람을 찾고, 누군가는 새 떼를 쫒고, 누군가는 사람을 쏴 죽이고, 누군가는 정체성을 찾게 되고, 누군가는 끝임없이 자신의 죽음을 확인하려 할 것이라는 인간이 삶을 대하는 자세랄까? 암튼 기막힌 삶에 대한 고찰을 이토록 가볍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인간을 놀잇감으로 여길 뿐이라는 설정. 거기에 전쟁, 기아, 머피의 법칙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법칙을 만들며 인간을 조롱하고 즐기는 신이라는 비틀기는 왜곡된 신에 대한 믿음으로 인간끼리의 살육에 대한 묵직한 메세지를 던진다. 신이 아닌 천사가 하늘을 꽃으로 물들이는 장면은 구원에 대한 왠지모를 가벼움을 선사하는 듯해서 좋다. 신과 인간에 대한 진지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가볍지만 전혀 가볍지 않게 풀어낸 영화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마음가는데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말라야 : The Himalayas] 재난 대신 드라마를 선택한 히말라야 (0) | 2016.02.20 |
---|---|
[어린왕자 : Le Petit Prince] 동심은 어른이 되어 잊는 것이 아니라 잊기 때문에 어른이 된다. (0) | 2016.02.11 |
[쿵푸 팬더 3 : Kung Fu Panda 3] 깨방정으로 돌아 온 용의 전사 포 (2) | 2016.01.30 |
[러덜리스 : Rudderless] 아직 끝나지 않은 아들의 노래 (0) | 2016.01.30 |
[뷰티 인사이드 : The Beauty Inside] 낯선 외로움이 주는 따뜻함을 느낀다. (0) | 201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