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가 가진 힘을 꼽자면 사랑에 관한 공감을 관객들에게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게 자신에 대한 사랑이든 연인 혹은 가족이든. <원스>를 필두로 <인사이드 르윈> <비긴 어게인> <송원> <대니 콜린스> 까지. 근래 개봉된 봤던 음악 영화치고 좋지 않은 영화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 <러덜리스>는 다른 영화와는 다가오는 무게가 사뭇 다르고 크다.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영화의 주제나 메세지 자체도 제목처럼 흔들리지만 뚜렷하고 깊게 가슴에 남는다.
<러덜리스>라는 뜻은 '키를 잃은 배처럼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과 참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은 아들의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생략된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 초반 좁은 기숙사 방에 틀어 박혀 노래를 부르며 자작곡을 녹음하는 조쉬(마일스 헤이저)가 등장한다. 조금은 예민해 보이는 조쉬가 아버지 샘(빌리 크루덥)의 전화를 받는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 흐름을 이야기 하려는 어쩌면 좀 상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는 이혼한 아버지와 간간히 만나는 사이지만 아버지의 일방적인 태도에 지쳐있다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조쉬는 아버지와 통화한 후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흔들리는 샘의 삶으로 초점이 옮겨 간다. 사실 총기 사고란 민감한 내용이기에 감정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 묘사를 함의적으로 생략했을지 모르겠다. <러덜리스>는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조명하지 않고 가해자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샘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누군가의 아들이며 딸인 6명의 목숨을 빼앗고 자살해 버린 후 술에 쪄들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내버린 채로 샘은 낮에는 페인트 공으로 밤에는 술을 마시며 흔들리는 요트에서의 삶을 이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혼한 전처가 아들의 유작을 들고 오고 샘은 하나씩 들으며 아들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아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들로 인해 흔들리던 자신의 삶이 아들의 노래로 방향을 잡는가 싶은 시점에 상황이 반전된다. 아들로 인해 상처받은 아들의 여자친구 케이트(셀레나 고메즈)가 등장하면서 "조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여전히 힘들어 하는데 어떻게 그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비난한 일과 지친 마음을 끌고 아들의 무덤을 찾은 샘은 아들의 묘비에 악마, 살인자 등 갖은 저주의 말이 낙서되어 있는 걸 본다. 그때 전처가 묵묵히 낙서를 지우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돕는다.
살인자의 부모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여전히 사죄하고 다니는 아내와는 달리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반박하고 숨어 버린 샘은 학교 추모비 앞에서 오열한다. 사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샘의 행동이나 태도는 공감하기 어렵지만 사랑하는 아들이었지만 아들에 대해 잘 몰랐던 자신의 잘못으로 조쉬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끈질기게 노래하자고 졸라대는 쿠엔틴(안톤 옐친)을 보며 조쉬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다시 흔들리던 샘이 숨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6명의 아이들을 죽인 조쉬 매닝의 아버지"라며 밝히고 아들에게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고 눈시울을 적시지만 아무도 박수는 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임을 말하듯 한동안 마이크가 조명되는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길게 남았다.
"네 노래를 부를 방법을 찾아볼 테니 같이 불러 다오.
잃어 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고 떠나 버린 것은 잊혀지지 않아.
너와 함께 이곳에서 같이 부르고 싶구나.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아들아"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러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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