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배우, 진지해도 괜히 웃기려 애쓰는 배우로 생각되는 배우 김인권의 영화를 봤다. 조치언 감독의 데뷔작 <약장수>다. 미리 얘기 좀 하자면 마음을 꾹하니 누르는 무게감은 있지만 눈물은 없다. 드라마 장르로는 좀 생소할 수 있는 사회고발에 가깝게 연출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쉽다. 아쌀하게 사회고발적으로 가든가 그게 아니라면 요즘 화두로 종종 메스컴에 오르내리는 노인들의 고독사를 건드려 관객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던가.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내느라 관객들은 공감은 하지만 눈물 쏟을 타이밍을 놓치게 만든다.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엮어 놨다.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 온 젊은 아빠가 딸아이의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신용불량자가 된 후 낙오자가 되버리는 절망감을 진실성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남편의 정직함과 자존심으로 점점 빈곤의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에 불안해지는 아내의 심리상태와 자신때문에 힘겨워하는 부모를 보며 일찍 철이 들어버린 속 깊은 딸아이까지.. 이런 빈곤한 가족이 생계를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길이 없는 절망감을 하나의 이야기로 담고 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지가 갈데가 어디있다고.."라는 어디도 갈데 없는 일범같은 부류는 이런 빈곤의 탈출구는 일명 '떳다방'이라는 홍보관 밖에 없음을 철중(김철민)의 대사로 알 수 있듯이 자존심을 버리고 생계를 위해 일범(김인권)이 나타난 떳다방 이야기다. 영화에서 여러 인물을 통해 넌지시 '약장수'라는 진짜 "약"을 파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에게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는 활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속칭 '약발'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할 때는 웃음이 약이라니..
어쨌거나 첫대면에 자신을 벌레보듯 보는 일범에게 철중은 진지하고 강렬하게 말한다. "어느 자식이 지 부모에게 아침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노래불러 주고 재롱 떨어줘?" 이 강렬한 대사는 마음을 후벼팠다. 내 부모 앞에서 노래를 부른적이 언제였나.. 있기나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중의 대사에는 이 말 말고도 뼈있는 이야기가 많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우리가 다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근데 값 싼 중소기업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폭리를 취하고 노인들에게 강매하는 홍보관 사업을 아주 큰 산업 역꾼처럼 말하는 부분에서는 좀 불쾌했다. 어쨌거나 불법이며 사기꾼 집단임에는 틀림없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웃고 떠들고, 춤춰주고 하는 일들을 싸가지 없는 자식들을 대신에 효도하는 양 감독이 미화해서는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영화에서는 그런 이유로 자신들도 처자식을 벌어 먹여야하는 그지같은 대한민국의 힘겨운 가장들이라 항변하는 이야기가 또하나다.
집에서 늘 혼자 지내는 옥님(이주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들이 있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처럼 검사이며 부유한 아내를 만나 눈치나 보는 찌질한 캐릭터다. 아들이 인생에 전부였던 옥님은 끝까지 아들에게 폐가될까 전전 긍긍하며 외로운 삶을 택한다. 솔직히 이 부분을 들여다 보면 아들은 검사다. 딸은 동네 미용사고. 아들에게 올인한 옥님은 아들은 이미 어려워져 함께 살 수 없다. 딸에게는 아들에게 올인하느라 해준게 없어 미안해 같이 살 수 없다. 그래서 외롭다. 돈 이야기를 할 때도 아들이 아닌 딸에게 간다. 그런 딸은 원망을 하고. 그러면서 일범과 식탁에서 밥 먹으면서 딸 자랑을 한다. 참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어쨌거나 일생을 바친 아들에게 외면 당하는 입장에서 처절하리만치 외로웠을 옥님의 이야기가 그 마지막이다.
이렇듯 세 가지의 이야기가 엮여 만들어 내는 우울하고 묵직한 이야기임에도 시종일관 웃고 떠들고 춤추는 분위기에 감정이 저 깊은 바닥까지 떨어져 덩당아 우울하게 만들지 않는 점은 감독의 센스가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좋은 소재로 관객들이 폭풍감동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그저 평이한 드라마가 된 점은 많이 아쉽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일범이 이미 숨진 옥님의 가락지를 빼기 위해 칼을 드는 장면은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억지로 빼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범의 표정과 행동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말이다. 포스터에 삐에로 분장으로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는 일범의 얼굴은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두 얼굴일지 모른다.
글 : 두목
사진 : 다음 영화 "약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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