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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9

[에세이]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 순간 기록자라는 작가, 살아내는 삶에서 자취를 감추는 '당신'들을 기억하는 기록이라는 그의 말에 손끝이 찌릿했다. 내게는 애닯게 기록할 만한 당신이 있던가. 읽는 내내 쓸쓸한 이별이 손끝에 잔뜩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되레 또렷해진다. 그래서 산문이라기엔 그의 깊은 나락은 너무 짙다. 그의 언어는 감탄하게 되는 시다. 언제쯤 슬픔을 걱정하지 않고서 사랑할 수 있을지 묻는 를 음미하다가 그의 사랑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고, 밀어내려 애쓰는 그의 언어와는 달리 '당신'이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그렇게 매달려야 살 수 있었을지도. "우리는 사랑하는 타이밍은 맞았는데, 이별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아는 아직, 우리에 대한 사랑을 끝맺질.. 2023. 11. 29.
[인문] 방구석을 벗어나게 하는, 방구석 오페라 저자가 우연히 방문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눈물 콧물 찍어내며 감동과 희열을 경험하게 했다던, 게다가 관람하고 나서 개미지옥처럼 오페라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든 오페라가 어떤 작품이었을까 심히 궁금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한 문화콘텐츠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서희는 , , 등을 펴냈다.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용어부터 친절하게 담았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오페라가 문학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 오랜 시간 전, 위대한 문학가들의 글이 오페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지만 보통은 성악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아차 싶다. 개인적으로 나와는 수준이 다른 어려운 예술로 여겨 오페라의 '오'자도 이해 못 하는 문맹 수준이라서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2023. 11. 1.
[해피 뉴 이어] 보는 내내 설렘 가득 호텔 엠로스를 중심으로 인연을 기다리거나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15년 고백을 기다리며 고백을 망설이는 호텔리어 소진(한지민), 소진이 고백을 기다리는 사이 선을 넘지 않았던 승효(김영광) 그리고 그의 피아니스트 영주(고성희)와의 깜짝 결혼 발표에 낙심할 사이도 없이 매주 토요일마다 호텔로 선을 보러 오는 진호(이진욱)의 코칭이 이어진다. 5년째 공무원 시험을 낙방하며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마지막 생을 호텔로 선택한 재용(강하늘)은 모닝콜 여인 수연(윤아)에게 위로를 받고, 이런 재용의 뜻한 바를 알아챈 수연은 재용에게 연민을 느낀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며 호텔 메이드로 일하는 이영(원진아)은 우연찮게 사장 용진(이동욱)과 엮이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고 반면 용진은 이영을 통해 자신의 강박증을 조.. 2022. 2. 22.
[에세이/낭독리뷰] 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 "이상하게도 막 슬프지가 않았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온갖 감정을 다 쏟아버렸기에 슬픔마저 메말라 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64쪽 사랑의 열병을 앓은 적이 없어 작가의 이 사랑을 어찌할까 싶어, 읽는 내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깊은 공감이라기보다 겉돌지만 모른 채 하기 어려운 감정이 내내 가슴을 메웠다. 작가에 글에 빠져 이렇다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책장만 넘기다 나 역시 솔직하려다 되레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자주 후회하는 탓에 마음이 평온하기 쉽지 않다. ​ 그런 작가의 심경을 생각하니 눈가가 그렁해졌다. 아마 더 이상 마음 여는 일이 쉽지 않을 테다. 내가 그러해서. "무언가를 잊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다." 176쪽 애착이 담긴 .. 2021. 8. 10.
[에세이/낭독리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 가장 예쁜 마음을 가장 예쁘게 담아서 당신에게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지기는 오랜만이다. 신림과 모란을 몇 번이나 오가는 동안 마지막 지하철이라는 방송이 듣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던 20년이 훌쩍 지난 기억이 새록 살아난다. 이미 죽어 없어진 연애 세포를 각성시키는 듯하다. 잊고 살았다. 아내의 다정함을. 연애를 시작하고 사람 많기로 소문난 도심 한복판의 놀이공원에서 손에 땀이 차도 내 손을 놓지 않고, 더위를 먹고 기진맥진한 내게 음료를 닦아 건네주고,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중간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횡단보도를 나보다 한걸음 뒤에 건너고 휠체어에 앉은 내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혔던 아내의 다정함을 잊고 살았다니 참 미안해진다. 얼굴은커녕 그동안 작가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섣불리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 2021. 7. 10.
[새콤달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로코가 이미 진한 메시지를 담으면 반칙 아닌가? 치열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인 이 영화, 새콤달콤보다는 달콤 쌉싸름했다. 3교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이 하는 일에 더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을 달고 살아야 하는 간호사 다영(채수빈)은 곰처럼 귀엽고 푸근한 혁이 오빠(이장혁)와 아는 사람이 포기해버린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반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파견 당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또 다른 혁이 오빠(장기용)는 재수 없고 더러운 비정규직 동료 보영(크리스털)과 미운 정이 쌓여간다. 그냥 딱 봐도 삼각관계 로코가 그저 그렇겠거니 했다가 큰 코를 다친 느낌이다. 다영과 보영, 두 혁이 오빠가 보여주는 각자의 인생은 어쨌거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너무 최선을 다하는 잘생긴 혁이 오빠.. 202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