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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낭독리뷰]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유해한 것들 속에서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 프로젝트

by 두목의진심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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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겐 '식물을 키운다'라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일이라, 그럼에도 아내는 정말 '잘' 키워보고 싶다는 간절함은 있지만 진짜 잘 크는 식물도 데려오면 그녀는 볕좋은 창가에서도 생명을 거두는 재주가 있고 나는 그냥 생명체를 키우는 건 우리 애들만으로도 죽을 지경이라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SSG 지나치려던 책인데 <1cm>시리즈 작가라는 데에 호기심이 생겼다. 근데 사실 이 책도 읽지 않았다. 뭐 암튼 나도 셀프가드닝이 필요한 시기는 분명하니까 타이밍은 적절하다 싶다.

 

그나저나 주로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책인 줄 알았다. 곰을 인간으로 변신시킨 식물의 힘을 강조하는데서 호감도가 만렙으로 채워졌다. 짤막한 글로 관계, 생활, 감정, 자기성찰 등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방법들이 소개된다. 육식보다는 채식과 야채를 통해 기운과 기분을 다스리도록 돕는달까. 챕터가 끝나면 '셀프가드닝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스스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방법들을 소개한다.

 

 

<마상 치유법>을 읽다가 "그래! 그러면 되겠네!" 했다. 10초 후 "근데 그게 쉽나?" 했다. 그게 쉽게 밀려날 녀석이 아니라서. 작가도 잘 알지 않나?

 

 

읽고 또 읽었다. 슥 한번 느리게 한번 또박또박 숨을 참고 천천히. 그러다 그렁해졌다. 이렇게 살고 있는걸까? 나는 아예 밟으라고 어깨를 내주며 살진 않는지. 내게 적당한 높이가 있기나 한건지.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말들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116쪽

 

가정법을 써야만 이해가 되는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일은 내겐 누구보다 더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감탄사로 돌아와 버렸다. 타인에게 상처되는 말들을 주고받는 일은 이젠 나이만큼이나 지치는 일인데 그럼에도 줄지 않는이유는 내가 여전히 내 감정을 타인에게서 찾으려는 해서일까?

 

관계의 지침을 위로하는 한편 그런 지침 속에 관계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되기도 하다는 걸 이야기한다. <삶의 넓이>를 읽다가 문득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길들여 가게 될 때까지의 시간과 조심스러움 같은 것들을 느꼈다. 역시나 관계를 떠나서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공감한다.

 

화를 일시불로 내지 말라는 조언에 감동했다. 여기저기 화가 넘쳐나는 혐오와 분노 시대에 어찌 이리 현학적이고 시의 적절한 표현을 하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종잡을 수 없이 훅 들어 오는 코믹함과 깨달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마지막까지 귀여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다는 건 생각해보면 온몸의 긴장을 풀어 주고 약간의 야들거림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워리 라인스의 일러스트도 그렇고. 그래서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이 책을 읽을 그 타이밍일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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