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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커피는 바꾸었지만 인생은 여전하네요

by 두목의진심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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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뭔가를 잃어버리기 마련이지." p45

 

'십상'이 아니고 '마련'이라니, 단정적인 암시처럼 나 역시 읽는 동안 군데군데 일던 문장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피상적으로 펼쳐지는 일들이 개연성 없이 흩어져 떠다니며 퍼즐처럼 누군가 맞춰주길 바라는 것처럼. 그런데 굳이 맞춰 볼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냥 읽는 것으로 충분히 피로하다.

 

묘한 소설이다. 딱히 음습하지도 긴장되지도 그렇다고 흥분이나 기대감 역시 들지 않지만 읽기를 멈추기는 뭔가 찝찝한, 오호 그렇다. 찝찝함!

 

"넌 네가 사랑할 사람을 이미 잃었어." p71

 

부조합. 섹스를 '하는'데서가 아니라 거침없이 '말하는'데서 어른이 되었다고 상징하는 작가의 말에서 떠오른 단어다. 뭔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쏟아내지 않고 빙빙 돌려 오히려 수줍게 숨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어쨌거나 역겹거나 저속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뭔가 철학적 혼란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분명 몽환적이지는 않은데 이렇게 머릿속이 뿌옇게 흐리멍덩해지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뒤범벅되는 소설이라는 게 신선하다. 무슨 말이지?

 

"날개가 있으면서 왜 날지 않고 그대로 있냐?" p181

 

이 책은 읽은 독자라면 주춤하게 된 문장이 아닐까. 줄곧 물음표를 떠올리며 왜 읽고 앉았는지 모르면서 읽다가 마치 과속으로 달리다 갑자기 나타난 방지턱 위를 덜컥거리며 하늘 위로 붕 떠버린 느낌.

 

뭘 하든지 간에 제대로 하고 싶거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책 같은, 혹은 날 수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느냐는 핀잔, 그도 아니면 그대로 있는 게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믿음. 또 무슨 말이지?

 

어쨌거나 묘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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