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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연예인/에세이] 정희 -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

by 두목의진심 2017.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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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왠지 아련해지는 제목의 책 <정희>를 읽었다. 아니 봤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다. 방송에서 반짝 남심을 흔들고 사라진 '서정희'라는 이름은 '서세원'의 아내로 다시 세간에 화제가 됨과 동시에 한동안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홈 인테리어에 재능을 보이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로 간간이 방송에 등장하던 그녀가 세간의 이슈로 뉴스를 장식하면서 그녀의 삶이 민낯을 드러냈다.

아마 사람들은 이때부터 얼마나 많은 연예인 부부들이 쇼윈도 부부로 포장을 하고 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서툴렀던 서투르지 않았던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소회하면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당했다'라고만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서 그녀도 이젠 과거의 삶을 내려놓고 정리한 게 아닌가 싶어 반갑다.

"그럴 때가 있었다. 나만 철저히, 또 처절히 혼자인 것만 같았던 때.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울고 있는데, 죽을 것만 같은데 나만 빼고 전부 행복해 보였다. 어딜 가나 내 앞에는 벽이고, 나는 버려진 고아 같다는 생각. 이 하늘 아래 나 혼자였다. 외로움에 치를 떠는 내게 누군가는 당해도 싸다, 그럴 줄 알았다며 활을 쏘아댔다. 갈라진 논바닥처럼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겨나갔다. 매일 죽음을 생각했다." p196


공감은 하지만 이해는 어려운 타인의 삶. 그것도 남편의 억압적인 폭력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뉴스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라는 점은 분명하다. 뉴스를 통해 들켜버린 지옥 같았을 엘리베이터 장면은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됐을까. 또 '여자'로서의 힘겨운 그녀의 삶이 동정을 받았던가. 어쩌면 자신의 이름을 고스란히 드러낸 <정희>는 그런 세간의 인식을 끊어보고자 노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살짝 아쉽기도 한 것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대부분 고단했음을 '알아달라'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그녀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다시 만들 수 있게 된 점이나 공간 디자인으로 강단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고통의 기억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두 사람의 '삶 '을 일방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지옥 같았던 고통을 털어내고 다시 희망적인 삶의 여정을 시작하려는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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