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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청소년] 단 한 번의 기회 - 반올림 36

by 두목의진심 201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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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기회>는 이명랑 작가의 5개의 단편을 묶어 펴낸 단편집이다. 때마침 시험 때라고 나름 열심히 공부에 열을 올리는 딸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마음에 읽기는 했지만 너무 암울하고 비극적인 내용에 복잡한 마음이 들어 딸에게 권하지 못 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고는 있지만 너무 극단적이고 비관적인 내용이 오히려 공감을 방해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는 있는 현실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극단적 심리 불안과 두려움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때론 비극적인 현실이라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아이들을 그린 "단 한 번의 기회", 뇌가 심장을 갉아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목적도 없이 내달리는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을 그린 "신호", 학교 내 폭력과 왕따의 현실을 그린 "전설", 계급과 서열이 브랜드 이름으로 결정지어지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을 그린 "너의 B", 아이들의 미래가 아닌 사교육에 열중하는 사회 현상을 그린 "준비물",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부조리를 지배하는 어른들의 자화상을 꼬집는 "이제 막 내 옆으로 온 아이에게"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을 무한 경쟁의 세계로 내몰아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할 말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어두운 단면은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는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비관적이다. 영화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처럼 미션에 의해 살아남는 자를 선별하는 생존 방식이랄까. "자녀 선택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상위 1%를 만든다는 설정이 섬뜩하고, 뇌가 심장을 갉아먹어 더 이상 생을 지속할 수 없음으로 옥상에서 뛰어내려야만 하는 아이들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 무섭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잃을 정도로 꿈도 방향도 없이 그저 어른들이 그어놓은 성공이나 경계를 넘어 서기 위해 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순간 드는 생각은 "도대체 작가관은 뭐였을까?"하는 거였다. 작가의 변(辯)처럼 청소년들의 불안을 이 책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부추기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직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 이른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는 이야기라 하기에는 끝도 알 수 없는 불안과 절망이 너무 비관적이다. 아니 비관을 넘어 무섭다. 나는 과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선물할 수 있을까? 분명 어른으로 이런 내용의 책이 쓰인다는 게 부끄러워야 할 일이지만 그전에 아이들의 호흡이 심장이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대로 방향을 잡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 이상 이런 내용은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머리 색깔이나 입은 옷의 다양한 디자인으로 서로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유행과 브랜드라는 잣대에 스스로를 꿰맞추다 결국 모두가 똑같아지고 마는 규격품의 세상" 102쪽

 

"저기 침몰해 가는 배 안에 갇혀 생으로 통하는 출구를 찾고 있는 저 아이들도 이제 곧 우리처럼 묻게 될거야.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고 또 묻게 될거야. 그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아 나는 바들바들 떨었어."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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