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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by 두목의진심 201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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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뿐 아니라 각 가족 구성원들의 고민과 상황을 들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시사성도 포함한다. 핵가족 시대의 막을 내리고 팍팍한 현실에 다시 대가족이 되어 가고 있는 현대의 사회상을 잘 꼬집고 있다고나 할까. 더구나 각자의 삶 속에서 "불행" 혹은 "힘겹다"고 느끼지만 실상은 타인의 눈으로 볼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부분도 드러낸다. 행복은 어찌보면 상당히 상대적이다.

 

은퇴 후 노년의 허허로움을 보여주는 가장 "류타로"와 가부장적인 남편과 치매에 걸린 노모와 가족들의 치다꺼리로 삶이 지쳐가는 "하루코"를 통해 황혼기 노년의 문제를, 전업주부로 지내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불안한 생활에 어쩔 수 없이 친정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큰 딸 "이쓰코"와 사업 실패로 처가살이를 시작하면서 재기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사위 "수스케"를 통해 중년 실업 문제를, 또 명문 사립에서 갑자기 공립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그곳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사토루"를 통해 학교 내 문제를 보여준다.

 

또한 씩씩하게 자신의 처해진 상황을 헤쳐나가는 둘째 딸 도모에를 통해 미혼모의 사회활동에 대한 문제를 그리고 사회적 소통을 포함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스로 고립시켜 가는 히키코모리 "가쓰오"를 통해 청년 실업부터 사회부적응의 문제까지 두루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둡거나 심각하지 않게 잘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재미있다. 이 책!

 

어느 날부터 내 삶의 영역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이 어떨까? 히키코모리 아들과 십 년 넘게 말도 안 섞는 주인공의 고즈넉한 일상에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출가했던 딸들이 식구들을 불려서 들어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위기 가족"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지배되는 생각이었다. 각각 가족사를 읽으며 다들 각자의 처해진 상황과 배경이 다르지만 어쨌거나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 가장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십 수년을 히키코모리로 집안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가쓰로"다. 자발적 히키코모리. 자발적이라고 스스로 위안하지만 전혀 자발적이지 않고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외면으로부터 비롯된 자존감 상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너무 가슴 아프다.

 

세상을 "이쪽"과 "저쪽", 일반적인 사람들의 세상과 부적응자들의 세상을 단편적으로 선을 그어놓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튼튼한 벽이라 생각하는 그가 짊어진 상처가 슬프다. 그리고 조카인 "사토루"가 자신처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표현하는 그가 말이 울컥하게 만들었다. 늦게라도 "가야노"가 옆에 있다는 건 그나마 기분 좋은 변화다.

 

"안된다. 안 돼. 사토루, 너는 이쪽으로 오면 안 돼. 이쪽으로 한번 오면 저쪽으로 다시 가기 어려워져. 그러면 나처럼 계속 이쪽에서 살 수 밖에 없게 돼. 너는 그렇게 될 인물이 아니야. 나처럼 살 인물이 아니란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거기서 나가야 해. 나는 너의 네거티브 인디케이터야." 160쪽

 

반면 이 집안의 안주인인 '하루코'의 "지쳤다"는 자조적인 표현은 이미 일흔의 나이를 훌쩍 넘기시고도 여전히 자식들의 안위에 노심초사하시는 내 어머니 생각 났으며, 어머니도 이미 지치셨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어쩔 수 없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랑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생존법이 있는 거라고요." 299쪽

 

과연 그럴까? 나름의 생존법이 있는 걸까? 요즘 세상살이에서 필요한 생존법이란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는 걸까? 아버지 세대에도 나름 치열했을 테고 지금 역시 치열한 거라면 생존법은 같은 게 아닐까. 그냥 살기 힘겹다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그 무엇이 "하루코"의 항변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가족, 갑작스럽게 4대가 몰려 살아야 하는 대가족의 생존 분투기가 재미있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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