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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교양] 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 : 혁명의 딜레마, 고객이 된 시민, 지식인의 브랜드화

by 두목의진심 201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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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는 정치, 문화적 혁명기를 거친 중국과 프랑스의 두 지성 자오팅양과 레지 드브레 교수의 학술 세미나에서 받은 영감을 그대로 우편이라는 형식을 빌려 토론을 이어간 내용을 정리하여 묶었다. 사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헛헛함, "상실의 시대"라는 무거운 주제가 현대의 문화, 정치, 학술 등 인류의 새로운 혁명에 한계를 느끼게 만드는 자본 앞에 적당히 공감하게 된다. 두 개의 서문과 여섯 번 그러니까 열두 통의 편지를 묶은 토론 편지다. 형식을 보면 전에 읽었던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신경림 시인의 서신으로 주고받은 연작시를 묶어 펴낸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가 생각난다.

 

 

이 책은 첫 편지, 서신을 통한 토론의 시작은 자오팅양의 혁명에 대한 주제로 시작되고 있지만 읽다 보면 어느 정도의 주제에 대한 동류의식은 있지만 자오팅양이 주제를 정하고 질문을 던지면 레지 드브레가 답변과 약간의 사유를 곁들인 정도로 보인다. 난상토론이나 주제에 의한 광범위한 관념적 이야기가 펼쳐지거나 하지는 않다. 어쨌거나 서두에 살짝 언급하고는 있지만 혁명가로서 무언가 일조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혁명에 뒤에 숨어 탁상공론을 했다는 자오팅양 스스로의 폄하나 총알이 빗발치는 혁명의 전선에 체 게바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드브레 교수의 차이부터 혁명이 가지는 관념은 출발이 다르다.

 

 

또 자오팅양은 서신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학자와 선조 고사를 인용하면서 주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으로 중국 특유의 역사에 뿌리를 둔 자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달까? 암튼 이런 부분 역시 드브레는 부드럽게 그래서는 안된다고 받아친다. 동양과 서양의 여러 혁명을 거치면서 동서양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한계를 가감 없이 이야기함과 동시에 현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는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변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혁명을 넘어선 현대 문화적 사조에 대한 두 지성인의 토론은 내겐 사실 어려운 주제였음을 미처 깨닫지 못 했다.

 

 

"'선조의 진정한 지혜는 사고방식에 있는 것이지 규정과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지혜다. 더 좋은 것을 보고 배우지 않는 것이야 말로 선조의 지혜를 위배하는 것이다.' 한편 근대에 들어서는 줄곧 옛날의 지식을 버리자는 혁명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117쪽

 

 

"실제로 저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상식을 표현할 때 헤라클레이토스나 헤겔, 그리고 다른 학자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이론적 치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갖가지 '주의'(선생님 말씀대로 그것들은 의미가 모호하고 천진난만한 추상적 개념들입니다)와 이론 간의 경쟁, 자기과시에 다소 조롱 섞인 냉소를 보냈습니다." 121쪽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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