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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인간실격

by 두목의진심 201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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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에서 엮은 일문학 선집 시리즈 두 번째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인 <인간 실격>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며 '다자이' 열풍을 일으켰다는 그의 최후의 걸작이라고 평을 받은 소설이다. 그런데 나는 뭐랄까 침대 깊숙이 몸이 내리 묻히는 느낌이랄까? 무슨 내용의 책이길래 머리말부터 이토록 암울하게 시작되는 건지 내용이 진심 궁금하다.


'진짜 수기.. 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1인칭 시점의 이 책은 정말이지 묘하다. 한 인간의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 아니 기행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그의 말도 안 되는 여인들과의 얽힌 행적들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의 사실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응하고 싶지 않음으로 그들과 얽히는 게 싫어 피해버린 '요조'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나약하고 왜소함으로 빚어진 열등의식과 부친으로부터의 애정결핍이 지배적이었던 요조의 삶을 통해 술과 담배와 여자에 빠져 파멸과 혼돈의 기로에서 허우적대다가 결국 마약과 파멸의 길을 걷는 전후 일본 사회의 혼돈 속 자의식 상실을 표현한다. 소설임에도 "하느님같이 착한 젊은이였다"라는 교바시 마담의 회고는 묘한 울림을 남긴다.

 

"아마 '죽은 사람의 얼굴'이라 하더라도 어딘가 좀 더 표정이나 인상이 있을 텐데, 인간의 몸에 말대가리라도 붙여 놓으면 이런 느낌이 들까, 하여간 어딘가 모르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고 불쾌한 느낌이 들게끔 만들었다. 나는 이제까지 이토록 괴이한 사내의 얼굴을 본 적 역시 단 한 번도 없었다." 13쪽

 

"나는 얼마나 모두를 두려워하는가.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고, 또한 상대방이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나는 두려워하며, 모두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한다는 이 불행한 습성을 시게코에게 알아듣도록 설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110쪽

 

"아아, 인간은 서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처럼 평생을 눈치채지 못하고,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문을 읽는 것이 아닐까요?" 111쪽

 

또 하나의 수기인 <사양>은 전쟁에 나간 동생의 생환을 기다리는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황폐화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퇴폐'적이며 '파멸'을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순수한 이성을 소망하는 입장에서의 인간의 타락과 퇴폐, 파멸은 인간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최소한의 인간성 회복이라는 자기 구원적 소망이 담긴 그렇지만 너무 암울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묵직한 시선이 부담스럽다.

 

"기다림.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희로애락의 갖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것은 인간 생활의 불과 1퍼센트를 차지하는 감정일 뿐, 나머지 99퍼센트는 단지 기다리며 사는 것이 아닐까요?" 274쪽

 

오타. 37쪽 17째 줄. '호르고'가 아닌 '흐르고'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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