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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교양]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이 하나라는 깨달음

by 두목의진심 201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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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출판하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열두 번째인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를 읽는다. 어찌보면 제목처럼 남들 다 안지키는 법을 나만 지킨다면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정의'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비단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꽤나 묵직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런 묵직하고 어려운 '정의(正義, Justice'에 대한 정의(定義)를 청소년 대상으로 풀어낸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나 <돈의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개인의 이익 혹은 사회적 이익을 위해 개인이 가져야 하는 책임과 공공선에 대한 정의를 읽으며 충분히 공감하긴 했지만 그 책들보다 훨씬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필독서로 강추한다.

 

"자유와 정의는 있을 때는 잘 모릅니다. 나만 손해 보지 않고 나만 다치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정의롭지 않아도 개인의 자유가 없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곧 망합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불의에 다칩니다. 그리고 내일은 당신의 차례입니다. 모레는 바로 내 차례입니다." 5쪽

 

여는 글부터 가슴을 뻐근하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자주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는 얼굴로 불특정 벌칙인 복불복 앞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새삼 다르게 생각된다. 그냥 흘려버렸던 내가 뜨끔해집니다. 과연 이 말이 그렇게 웃으며 할 수 있는 말인지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아가 어린 시절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기만 했던 '옹달샘'이나 '자전거' 동요에 포함한 보편적 정의에 대해 이렇게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저자가 존경스럽다.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정의'를 찾아 볼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 확연하게 그려지면서 부조리의 민낯이 드러난다.

 

'2장 정의에 관한 이론들'에서는 정의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방대한 역사 속 '정의'가 깜짝 놀랄만하다. 함무라비 법전의 궁극적 원칙과 해석, 이데아를 주장한 플라톤, 그의 제자이면서 스승의 이론과 정반대의 이론을 주장한 소크라테스 그리고 공맹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정의'에 대한 해석은 새로움이자 놀라움이었다. 특히 공자의 정의에 대한 가르침,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들도 하기 싫으니 강요하지 말라는 것은 정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소부욕 물시어인, 논어 위령공편)" 74쪽

 

또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의 이론인 공리주의에 대해 꽤 많은 지면 할애를 하면서 공리주의의 이론적 가치와 제한적 개념 즉, 소수자의 의 이익을 배제한 다수의 부당한 결정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다수결"이라는 행위를 통한 소수자의 권리를 묵살해 오고 있었다는 보편적 오류의 지적은 놀랍다. 모두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가 된다. 저자가 책 말미에 "정의는 주체적 질문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딸아이에게 건넨다.

 

"정의가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보편의 문제이며 가치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한다면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절대로 정의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159쪽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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