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통찰이나 인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지식으로만 여기지 않으며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식으로 꾸몄다는 <최진기의 교실 밖 인문학>은 바로 이 말과 함께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여러분이 인문학 여행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가 바로 이 책입니다." 8쪽
책 머리말에 "인문학 여행"이라고 시작한다. "여행"을 떠올리면 시작 전의 설레임 가득한 기분이 좋은데 과연 이 책도 그럴까. 인문이라는 인간사가 담긴 방대하고 어려운 학문적 소양을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쉽게 여행처럼 자신이 가이드가 될테니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 오라고 한다. 솔직히 설렘은 차치하고서라도 궁금증이 일기는 한다. "너 자신을 알라"의 소크라테스부터 인간 본연의 양심과 책임성을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까지, 재미있는 여행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중세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플라톤의 이데아적 현실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에 대한 이야기 같은 어찌보면 교과서에는 나오지 앟는 비하인드스토리 같은 느낌이어서 흥미롭고 재미있다. 또 중세를 지나 근대 철학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고무된다. 그중 루소가 말했다고 알고 있었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정말 초록이 우거진 자연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 창피하기까지 하다. 내가 이렇게 무식했다니.
또 98쪽의 "칸트의 정언 명령" 편은 근대의 철학자 밴덤과 칸트의 결과와 목적(수단)에 대한 비교는 쉽게 이해되면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정의"에 대한 개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폭넓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174쪽 "맥도날드 화"를 보면 우리가, 아니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동안 그렇게 많이 다녔음에도 백화점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는 사실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거울이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관찰하라는 백화점의 배려(?)였는지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도 해둠과 동시에 이 책이 청소년을 포함한 모두에게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다양한 철학적 사유의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잠깐>이라는 코너를 통해 토론 내지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요즘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222쪽의 "존 롤스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시사성이 깊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는데 "(당사자 스스로) 원하지 않는 배려는 강요와 다름없다"고 했다. 현대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무분별한 배려 의식도 당사자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정의의 원칙이 세워지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또한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정의의 원칙을 세우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도 미남이 아니고 키가 작다거나, 백인이 아니라 황인종이라거나,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거나 해서 차별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당장 좀 불편하더라도, 정의의 원칙을 뚜렷하게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기억하자. 유대인이 부당하게 끌려갈 때 침묵한다면, 언젠가 내가 끌려갈 수도있다는 것을." 301쪽
마지막으로 요즘 현대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불의나 불신에 대한 문제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사회나 규범이 정하기에 앞서 개인의 양심이 먼저 정립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청소년이 읽으면 다양한 인문학적 현상에 대한 교과서로는 채워지지 않는 지적 호기심에서부터 폭넓은 이론 및 정의에 관한 소양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부교재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생각에 딸아이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들에게 권한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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