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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7년의 밤

by 두목의진심 201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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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돋을 정도로 무섭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7년의 밤>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에필로그에 그녀도 말했듯이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그러나'가 있다."가 아닐까. 이 소설은 미친 흡입력으로 무장했다. 빠르고 섬세하고 거친 호흡을 토하며 읽게 된다. 무심히 프롤로그를 지나 첫 장의 제목을 읽는다. '세령호', 하필 작년 차디찬 바다로 가라앉은 배의 이름과 묘하게 어감이 비슷하다. 읽다보니 바다와 호수만 다를 뿐 차디찬 수심 깊이 감춰진 '무엇'에 대한 이야기다. 의도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발행년도를 찾았다. 2011년. 그렇다면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다. 비슷한 어감의 배는 2014년에 침몰했으니.

정유정.. 정유정? 그러고 보니 낯익은 이름이다. 누구지? 그녀의 프로필에 <내 심장을 쏴라>가 눈에 띈다. 그 작품도 정신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이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에 대한 이야기가 읽으면서 충분히 아프고 그랬는데 이번 작품 <7년의 밤>의 역시 세령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는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답답함과 그 '무엇'에 갇힌 이들의 억압된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비슷한 맥락이다. 어쨌거나 정말이지 이 작가 무서울 정도로 이야기가 탄탄하며 빨아들인다.


한 남자의 우발적인 사고가 살인으로 이어지고 그 사건으로 가지를 치는 또 다른 사건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독자는 어디에 그 진실을 맞춰야 하는가. 사실인가 아니면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인가를 생각해 본다. 질식할 것 같은 억척같은 아내의 다그침도 아들의 미소와 술 한잔에 인내하며 거대한 덩치를 구겨 넣어야 할만큼 작은 차를 몰아야 하는 남자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죄로 '자신의 것'에는 정신과적 집착을 보이는 남자는 '자신의 것들'을 그만의 방법으로 길들이며 교정한다. 이 두 남자의 사는 법을 통해 과연 사형대에 올라야 하는 '사실'은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묻는다. 또한 한 편으로 두 남자의 운명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한 정신적 고갈이 마음이 쓰인다.


<7년의 밤>은 묘하게 3:3라는 공식을 지닌다. 남자 셋, 여자 셋일 수 있으며 아빠와 엄마와 아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각자의 운명처럼 아픈 사연이 가슴 속 한편에 틀어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픈 이야기다. 더럽게. 전직 야구선수 출신으로 용팔이라는 정신과적 질환을 짊어진 현수와 엘리트 출신의 치과의사이며 재력가지만 '자신의 것'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는 정신과적 질환을 보이는 영제가 있고, 술집 작부 출신 지니의 딸로 온갖 세상 풍파를 견뎌낸 우악스럽고 생활력 강한 은주와 남편의 교정을 받으며 벗어나는 것에 의지가 꺾여 버린 주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하영이 있다. 그리고 동갑내기 12살 서원과 세령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많은 아픔이 있으며 그래서 많은 감춰진 진실이 있다. 7년이 지나오는 동안 숱하게 많은 밤을 어두 컴컴한 방 한쪽 벽을 지켜보며 "만약 이랬다면, 저랬다면"을 되뇌이며 그 날의 일들을 복기하던 남자의 "그러나"는 과연 진실을 대변할 수 있을까. 그런 7년의 밤에 가슴이 시리다. 강추한다. 이 소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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