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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여행/요리]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

by 두목의진심 2015.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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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의 교양이나 예능이나 어디를 가릴 것 없이 등장하는 일명 "요섹남"이라는 트랜드를 주도하는 쉐프들 때문에 아빠들이 힘들다. 가뜩이나 아빠들에게 슈퍼맨을 강요하는 예능 프로 때문에 힘들던 차에 이젠 요섹남까지 등장해서 아빠들은 사실 숨도 쉬기 힘들지경이다. 물론 이런 시대의 흐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아빠와 함께 해야 아이들이 사회성도 키워진다는 교육적 차원의 이야기들이 아빠들에게 무거운 짐이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이 무서운 게 아니라 슈퍼맨이 돼야 하는 게 두려워 결혼을 기피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문제다.


개인적인 사견이야 그렇다 치고 사실 몸이 불편한, 그것도 손이 좀 불편한 나로서는 주방에서 프라이 팬을 잡는 일은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로 아내가 몸져 누워있는 경우에 아이들에게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 주는 볶음밥 정도 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 요리에 육아까지 거의 전부를 아내에게 의지하는 나는 요섹남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우연히 TV에서 짧고 강렬한 요리 프로를 보게 됐다. 사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여행 프로를 좋아하는데 그런 여행 프로인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다름아닌 PD였다. "오, PD가 요리도 하네?"라는 색다름이 주는 재미는 의외로 컸다. 그것도 이 사람 참 표정이 행복한 개구쟁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PD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요리와 식사를 같이 하는 독특한 요리 프로였는데 바로 <누들로드>다.


일반적인 요리 프로는 재료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데 <누들로드>는 10분 내외로 만드는 과정을 빠르게 직접 보여주며 요리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기가 만들어 놓고 정말 맛있는,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다. PD로 자신이 기획한 프로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요리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2년이나 휴직하고 유학을 떠났다는 그의 뒷 이야기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그의 책이 내게로 왔다.


요리를 하겠다거나 나도 요섹남이 되겠다는 생각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의 책 속에 담긴 요리가 궁금했고 혹시 간단한 건 따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쳐 들었다. 세계 30여개국의 요리 중에 하나쯤은 몸이 불편한 나도 따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에 소개된 31가지의 요리는 크게 구분해 보면 달걀오리와 파스타, 빵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하나 맛이 궁금하지 않은 요리는 없다. 그리고 이 중 몇 가지는 만들어 보고 싶기까지 했다. 특히 프랑스 명장이 만든다는 크루아상 블렉퍼스트 샌드위치는 꼭 한 번 해고 싶다. 빵까지 만들 수는 없겠지만 시중에 파는 크루아상에 가로 반을 갈라 그 속에 베이컨과 적당한 재료를 넣어 나만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는 요리에 집중한다. 요리의 재료나 과정을 소개하는 요리 책이 아니다. 그 요리에 담긴 문화와 철학 등이 함께 담긴 이야기 책이랄까. 재미있다. 요리 세계사를 보는 듯 하다. 그와 함께 하는 요리 세계 여행이 흥미로웠다. 개구지게 밝게 웃는 그의 표정이 행복해 보여 참 좋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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