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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동화] 나무 위의 고래 : 모노동화 1

by 두목의진심 201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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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치 독특한 책을 읽었다. 모노동화라 부제가 달린 소설 <나무 위의 고래>다. 젊은 감각의 시인·소설가들이 창작하는 자기 고백적 동화 '모노동화'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모노 드라마를 연상 시키 듯 거대한 나무 위에 걸쳐진 보트 위에서 지내는 소녀의 자기 고백적 독백을 통해 독자의 다양한 삶의 성찰을 할 수 있게 한다. 예전 <김씨 표류기>라는 영화에서 여자 김씨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남자 김씨를 훔쳐 보듯 관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이 소설에도 소녀가 누군가를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는 내용이 인상 깊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그것이 호기심이든 관심이든 어쨌든 자세히 들여다 보듯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책은 여러 부분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신 착란에 가까운 소녀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의 혼돈, 단절의 이야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소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녀의 힘겨운 호흡을 따라 거칠게 그렇지만 안타깝게 한 호흡에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혼돈의 마을을 떠나 숲 속의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회피는 어쩌면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소녀의 말에 반복되는 이야기는 "길을 잃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부리 갈매기, 주정뱅이 남자, 우편배달부, 개발 업자와 첩보원. 게다가 아빠와 아빠가 데리고 온 늙은 낙타까지 모두 한결같이 길을 잃거나 새로운 길을 소녀에게 묻는다.


결국 소녀는 무서운 가운으로 자신을 감춘 의사와 간호사들을 피해 어둠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고래의 입속으로 떠밀리 듯 들어간다. 복잡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으려는 듯 사막으로 하늘로 별자리로 떠도는 소녀의 순수한 이야기가 종내는 먹먹해졌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에서 순수하다는 것이 어쩌면 정신줄을 살짝 놓는 것일지 모른다. 가끔은 멍하게 가끔은 넋을 놓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뜬금없이 중얼거리며 벽이나 바다를 보고 서 있기도 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위험할까? 어쩌면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처럼 신비롭고 호기심 어리게 그렇게 소녀와 바람과 고양이와 부리 갈매기 등과의 대화를 보면서 함께 상상 속으로 여행하게 된다. 이 세상 어른들은 모두 길을 잃는다. 이 책, 호기심 가득하다.


"사람은 외로워지면 금방 몸이 차가워진대." -p32 <4>


"너무 슬퍼지면 누구나 유령이 되는 거야." -p48 <8>


"당나귀를 찾아야겠다. 늙어서 길을 자주 잃곤 해. 어디로 간 거지?" -p126 <18>


"'선생님 나무는 왜 때리세요?' / '이 나무가 문제니까.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게 교육이다.' / '물을 내올게요. 더 이상 나무를 때리지 마세요. 제 친구라고요.' / '사람은 이래서 친구를 잘 만나야 해!' / '제발, 선생님. 제가 사는 환경을 해치지 마세요.' / '사람은 이래서 환경을 잘 만나야 해!'" -p183 <23>


"'선생님은 안에 무얼 숨기셨죠?' / '죄책감.'" -p187 <23>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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