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시작한 자리로 돌아와야 끝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는 삶의 본질 혹은 여정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낯선 이에게 자신의 밥을 내어줄 요량으로 배고픔을 묻는 따뜻한 아낙의 마음을 시작으로 빛과 어둠의 각기 다른 삶 속에서의 중요한 가치를, 종교를 통한 인간에 대한 배려나 소통을 이야기하며 아흔이 넘은 부모의 노구에서 느껴지는 쇠잔함, 아련함을 성인이 된 아들에게 대한 걱정과 마음씀을 통해 삶을 대하는 감사함을 이야기 한다.
때로는 삶이 지치고 고단하더라도 원망이나 포기하지 말 것을, 내게 해코지 한 이에게 용서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일러주며 견디는 법을 통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작가는 시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으로서의 삶을 통한 삶에 대한 성찰한다. 정답이라 말하지 않으며 삶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는 독자로 하여금 일상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 게 만든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족, 이미 작고하신 아버지에 대한 회한이나 아들에게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통해 그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친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면서 내 마음 한편이 뜨끔하기도 했는데, 이는 요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내가 친구 역시 소원하게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된 친구라는 사이는 단순히 시간의 개념으로만 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그들과 함께한 이해와 우정이 켜켜이 쌓인 세월일 텐데 이를 모른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또 박항률 화백의 삽화가 눈길을 끄는 데 그의 그림은 어둡게 느껴지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몽환적 느낌까지 갖게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에 읽게 된 좋은 책이다.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서라는 뜻으로 벽이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인생의 벽을 절망의 벽으로만 생각하면 그 벽 속에 있는 희망의 문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p74 <모든 벽은 문이다>
"나는 요즘 만나는 친구 수가 더 줄어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진정한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이러다가 나중에는 만날 친구가 한 명도 없게 될까 봐 두렵다. 친구가 없다는 것은 오른손이 없는 왼손과 같고, 자주 오가지 않아서 흔적도 없어져버린 산길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마냥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너무 많고 세 사람은 불가능 하다'는 말을 읽게 되었는데 그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내게 어머니가 한 사람, 아버지가 한 사람이듯 친구도 결국 한 사람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p143 <우정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 나의 고통과 상처도 그런 용목이 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잘 견디는 것이 가장 잘 쓰이는 것이므로 용목처럼 견딤으로써 인생의 아름다운 무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이라도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는 인내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p230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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