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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페이퍼 타운 :: Paper Towns] 인생은 무얼 보는가가 아닌 어딜 보는가로 특별해진다.

by 두목의진심 201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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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영화를 이렇듯 진지하고 심오하게 본 적이 있던가? 내 기억으로 하이틴 영화, 그것도 헐리우드식의 하이틴 영화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나 혹은 고교시절의 추억 만들기쯤으로 회자되는데, 이 영화 <페이퍼 타운>은 분명 고교시절을 다룬 하이틴 영화임에도 '인생'이라든지 '삶'이나 '자아'에 대한 <가치>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다른 하이틴 영화처럼 단순히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시기인 고교 졸업생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솔직히 뻔한 하이틴 영화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놀라기도 하면서 몰입한 영화다.


'기적'이라는 '첫'만남의 상황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쿠엔틴(냇 울프)의 건넛집으로 이사 온 마고(카라 델레바인)의 이야기다. 전설 혹은 미스테리쯤으로 여겨지는 특별함이 있는 마고의 일상과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쿠엔틴의 일상을 통해 무엇이 진정 특별하고 가치있는가에 대한 질문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쿠엔틴을 포함한 동급생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인 모험심 강한 마고는 그저 동경에 대상일 뿐이다. 반면 쿠엔틴은 모범생에 원하는 대학에 가서 암을 연구하는 의사가 되리라는 빵빵한 계획이 짜여져 있으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일에는 휘말리기 싫은 평범한(?) 고교생일 뿐이다. 그런 쿠엔틴의 삶에 마고가 불쑥 끼어든다. 사실 첫 만남 이후 늘 스며있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평범하고 모범적인 쿠엔틴의 인생 계획에 끼어든 마고는 묻는다.


"그렇게 살면 행복할까?"

대답을 주저하는 쿠엔틴의 모습을 보며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답을 주저했을테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찬 삶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마고의 질문을 쿠엔틴과 함께 들으며 과연 "내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은 사람 또한 몇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페이퍼 타운>은 여러모로 삶의 고민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모험을 즐기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재미를 즐기는 마고의 삶 역시 어쩌면 비틀린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베프인 레이시(할스턴 세이지)에게 남자친구로 인한 오해로 복수를 감행한다. 이런 행동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자신의 주장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 "모든 것은 멀리 떨어져 봐야 아름답고 가까울수록 추악하다"는 공감되는 이야기들로 관객을 현혹하지만 실상은 더욱 아름다운 것은 가까운데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쿠엔틴이 죽마고우인 세 친구들과 함께 마고의 흔적을 찾아가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녀 역시 그럴꺼라는 확신으로 2,000Km가 넘은 여행을 시작하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마고 때문에 친구들과 다툰다. 목적지에 다다른 여행은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의 여정을 지우고 여행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쿠엔틴만 남는다. 긴 인생의 여정을 보면 목적지 보다는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에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서 행복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공감.

그리고 실상은 마고가 떠날 때는 늘 그래왔던 단서 남기기 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쿠엔틴은 결국 특별함은 평범함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평범함은 특별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혹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모두 '가치'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쿠엔틴을 포함한 세 친구에게는 대학을 가고 원하는 미래를 위한 계획과 그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고교시절의 추억 모두가 특별함이었다. 특히 그들이 했던 모든 '첫'경험들이 말이다. 첫 모험, 첫 땡땡이, 첫 여행 등등. 그리고 마고 역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찾는 게 특별함이었고.

 

사람이든 인생이든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는 것도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이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도 특별했다. 참 좋다 이 영화.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이미지 "Paper Tow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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