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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ナミヤ雜貨店の奇蹟

by 두목의진심 201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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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완벽한 추리소설이라는.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을 보고 치밀한 구성력이 놀라웠지만 원작자에 대한 관심은 갖지 않았다. 근데 그 영화의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표지의 그림도 흥미롭다. 왠지 음산해 보이는 이층집 지붕에 고양이 한마리.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해 버렸다. 책을 가려서 읽는 편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은 별로 읽은 적이 없어 이 참에 빠져볼까 하고. 주문하고 다음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받았다. 두툼한 두께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책 표지를 보며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좋았다.

1장을 읽었을 뿐인데 이미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빨려들어가는 신비한 시공간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의 멋진 턱시도를 입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양이 신사가 ​등장하는 골동품 가게가 연상되면서 <나미야 잡화상>을 상상하게 되버린다. 철제 우체통이며 뒤뜰의 우유상자가 어떤 모습인지. 나도 편지 한 통을 들고 그 앞에 서있고 싶다는 생각이 시공간을 넘나든다.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멈출 수 없어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사랑하는 남녀가 신분의 차이로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는다. 남자는 가난한 농부로 여자는 부유한 집안의 재산을 ​물려 받아 독신으로 보육시설을 세운다. 남자는 여자에게 이별이라는 선택을 통해 또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여자를 위로한다. 70세의 노인은 동네 아이들과 우문선답 놀이 같은 고민을 들어주다 진심이 담긴 고민상담을 시작한다. 진지한 고민에 진심을 담은 답장을 해가다 문득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나미야 잡화점>은 시공간을 흔들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저마다 품고 사는 외로움에 대한 보고서 같다. 마음 착한 세 악당들에서부터 시작되기는 하지만 고민을 어디에,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극도의 외로움이 만들어 내는 인간 관계의 소통을 나미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그저 진지하게 들어주고 진심어린 답장이 혼자만의 비밀이 생겼다는 공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나도!"라는 그 비밀스런 행동에 동참하고 싶은 소망을 담게되면서 몰입하게 된다.

정말이지 소름 돋는 구성력이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지어냈을까 싶을 정도로. 읽기 시작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이렇게 두툼한 책을 이렇게 단시간에 ​읽어버리다니.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보다 더 신비롭다고 느껴질 정도일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꼭 영화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꽤나 많은 책을 읽고 모았지만 내가 가진 책들중에 손에 꼽는 몇안되는 책이다. 강추하는 최고의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는 게 옳다." -p63 <답장은 우유상자에>​ 중

"잘나가는 사람들 좀 보세요. 주목을 받기까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특별한 빛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 알아봐주는 거예요. 그런데 당신을 알아봐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걸 인정해야죠. "-p132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중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p167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중

​"..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중략>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하고요."-p259 <묵도는 비틀즈로> 중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중략>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p269 <묵도는 비틀즈로> 중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그런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어딘가에 정말로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밤새 써 보낼 고민 편지가 있는데, 라고 헛된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어쩌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도 귀하고 그리워서 불현듯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비로소 눈앞이 환희 틔이는 것인지도 모른다."-p454 <옮긴이의 말> 중​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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