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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인문/위인] 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by 두목의진심 201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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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이라 함은 범상치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그런 위인들을 "찌질하다"는 표현을 쓰고 거기다 그런 위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자란 어른들이 "속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라는 책이다. 처음에 제목을 보는 순간 관점의 변화 같은 자기계발서 이겠거니 하고 호기심이 동했다. 그런데 표지에 "딴지일보"에 연재된 글을 모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딴지일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은걸 보니 역시 딴지일보 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이야기도 자극적으로 풀어 해석하는 그런 식의 기사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첫인상은 별로다. 작가의 소개도 역시 그런식으로 소개 돼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절 단기압축성장 뺨치는 스케일로, 짧은 기간 동안 농축된 찌질 행각을 선보인다. 찌질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중.." 농축된 찌질행각이라.. 별로다.

어쨌거나 책을 집기는 집었으니 읽기 시작한다. 첫 인물로 등장하는 위인을 나는 잘 모른다. 그가 술에 취해 아내를 우산으로 패고 만신창이가 된 아내를 걱정하기 보다 두고 온 우산이 마음이 쓰인다고 토로한 그의 시가 그를 다 이야기 할 수 없으므로. 그리고 전혀 그는 찌질하지 않았으므로. 그러므로 넘어간다. 이번엔 고흐다.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 그런데 이 남자 비타민인가? 암튼 의학정보 TV 프로그램에서 귀에서 문제를 일으켜 어지럼증이 심했고 그러다 정신착란을 통해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하던데 이 책은 고갱과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고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으며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허균"을 만났다.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료되어 버렸다. 이 남자, 역사저널 그날에서도 언급된바 있던 비운의 인물이라던데 여기서는 비운이라는 말로 표현이 안된다. "할 말이 있다!"고 외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 광해군시절만큼 버라이어티 한 군주는 없었던 것 같다. 광해도 광해지만 그를 둘러싼 천재급 인물들이 참 많기도 많았던거 같다. 그 중심에 허균이 있었다. 선조와 광해를 거치며 그는 그냥 홍길동 자체였던거 같다. 아프다. 마음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 

그리고 몇몇 위인들을 지나 세상에 혁신을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꿈을 뺏어 버리고 핸드폰 세상에 가둬버린 스티브 잡스 등의 위인들이 이야기로 채워진다. 솔직히 이 책 어디에도 위인들의 찌질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인간적이면을 읽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인간적이었지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낚시질하듯 제목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내용으로만 보자면 위인들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철학과 폭넓은 과학적, 인문학적 지식은 가히 놀라울만하다. 정말 강추하는 책이다. 집에 이런 책 한 권쯤은 소장해도 좋을 책이다.

"빈센트는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라면 얼마간 고통받다가 아물었을 정서적 상처도 빈센트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거절당하고 버림받을 때 마다 생긴 빈센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피를 철철 흘렸을 것이다." - p47 <‘의존’함으로써 ‘생존’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중

"반복되는 찌질함의 굴레가 깊게 패인 구렁텅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사다리 또한 그 구렁텅이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 90 <철없는 가난뱅이, 이중섭> 중

"우리가 흔히 인생을 빗대어 망망대해  위를 홀로 노 저어가는 것이라 표현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외줄을 타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것은 균형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단순히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나 판단, 선택이 가진 양면적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 그래서 '아차'하는 순간 언제든지 그것이 나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 p164 <자기 안의 혼돈을 이기지 못한 악마, 파울 괴벨스> 중

"불안의 존질이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면, 불안해하는 우리는 이미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엇, 잃을까 두려워하는 그 무엇이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에 죽음을 두려워 한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할 수 있다. -중략-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 p 248 <관계의 파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중

"우리가 잡스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잡스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만의 대체 불가능함에 대한 믿음,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믿음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일 게다." - p 311 <좌절과 도취를 반복했던 인격장애자, 스티브 잡스> 중

 


찌질한 위인전

저자
함현식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5-06-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어렸을 때는 몰랐던 위인들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어른이 되어 다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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