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데 자신을 알아주는 벗(友)이 세 명쯤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이 자의든 타의든 세상에 나서 죽을때까지 "관계"가 어렵고 중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중년이라 불리는 시기의 절반을 넘긴 요즘 "인간 관계"로 만들어진 피로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쌓였다. TV광고에서 젊은 이들을 앞세워 "우리가 뭐라고"하며 전화 한통화에 득달같이 달려나가고 웃고 떠들고 한다. 광고를 보며 그랬다. "니들도 내 나이 되바라. 전화를 아예 꺼 놓을꺼다." 옆에서 듣던 아내가 웃는다.
이런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진 피로도 때문에 눈길을 잡아 끄는 책이 있었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아브람 더 스반이라는 여류학자가 쓴 <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라는 책이다. 사회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작동원리로 돌아가는데 내가 이리도 휘청거리나 싶어 알고 싶어졌다. <함께 산다는 것>은 밥으로 치자면 '죽' 같다. 그것도 '식은 죽' 그만큼 쉽게 넘어간다.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적 토대로 책을 풀어갔는데도 전혀 어렵지 않고 쉽다. 이해도 잘되고. 원시시대의 인간이라는 종족이 동물에 가까웠고 자신들보다 몸집이 커다란 동물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지배자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회의 구성, 집단적 네트워트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대박이다. 그냥 종교적 관점의 "하느님이 그리하셨다." 뭐 이 말도 나쁘진 않지만 설득력은 좀 떨어지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굉장히 많은 주제를 담지만 그러면서도 할 말만 담담하게 작가의 관점에서 풀어주고 있다. 중요한 내용은 사회화를 이루는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는 상호의존적이라는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아이가 태어나 엄마에게 의존하고 학생이 스승에게 의존하는 관계, 나아가 권력과 지배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우리가 사회 속에 알아야 할 것들을 아주 쉽고 잘 읽히기 구성했다. 근데 내 쌓인 피로도를 풀기엔 납득이 안된다. 역시 학문적 소견이 좀 강해서 그랬을까?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자기에게 필요하지만 스스로 만들 수 없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어야 한다. 알아야 할 것들과 아직 알지 못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서로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p16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중
"사람들 사이의 차이 중 어떤 것은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차이가 클수록 사회적 관계는 더 불평등해진다. 그러한 관계로는 권력 관계, 재산 관계, 위신 관계가 있다. 이런 세 유형의 사회적 불평등이 없는 사회는 거의 없지만, 불평등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불평등은 남성과 여성,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 정착민과 이주민, 그리고 종종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도 결정한다."-p63 <사람들도 자신과 남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 계층> 중
"모든 종교에는 특별한 교육을 거쳐 서품을 받고 그러한 전문성으로 평신도들이 이끄는 '종교적 전문가'가 있다. 초기 농경 사회에서는 이 성직자 계층이 전사 계층과 함께 발달했다. 특별한 지식과 기술 덕분에 그들은 '평신도'보다 높은 존경과 귄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한 사회의 지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을 쥐고 있었다." -p116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알고, 생각하는가? : 지향> 중
"조직과 규율, 외교가 수반되더라도 군사력만으로는 영토를 장기간 통치할 수 없다. 통치 체제가 좋은 것이라고 믿게 되면, 즉 통치자에게 통치할 권리가 분명히 있고 그 통치자의 권력이 합벅적이며 정당하다고 확신하게 되면, 신민들은 부과된 납세와 군역의 의무를 받아들일 것이다. 권위는 정당한 권력이다." -p191 <사람들은 어떻게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어떻게 사람을 만드는가? : 국가 형성과 국가 개입> 중
아, 이 대목은 정말이지 하필 이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재의 대한민국 정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눈 감고 귀 닫아"라는 말을 철저히 잘 듣는 현 정권의 실패는 뼈아프다. 공기 중에 떠도는 메르스보다 정부관료들의 무능이 더 무섭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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