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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버티는 삶에 관하여] 공감과 동의 사이

by 두목의진심 201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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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눈을 확 잡아끄는 노란 표지에 적힌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문득 푸르다 못해 시퍼래야 할 20대를 병원에 누웠다가 퇴원 후 병원을 오가며 살기 위해 재활로 눈물을 쏟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 입에서 한숨처럼 새어나오던 "그냥 버티자"라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면 그저 무탈하게 살아내고 있는 내 삶의 일부를 그냥 "버틴다"라는 한 단어로 덮어버리던 그때가 겹쳐지면서 저도 모르게 집어 들었습니다.

살짝 흥미롭게 샛노란 표지를 보다가 허지웅? 들어 본 이름인데..라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다보니 TV에 나오던 인물 아닌가?라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약간 김새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를 잘 모르는 탓도 있지만 TV에서 남의 기분따위는 안중에 없이 무미건조하게 직설적 말투로 툭툭 던지는 화법을 통렬한 비평스러움으로 여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지요. 또 모 방송에서 '솔로'들의 이야기에 진행자의 역할을 하던 '그'를 보면서도 길쭉한 키에 반들거리는 그의 낯 빛에 '모델?'인가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글쓰는 사람이라는걸 알았네요.

찾아봤습니다. 79년생에 비평가,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그의 표현을 빌자면 글쓰는 허지웅. 그에 대한 여러가지 타이틀이 보이며 또 한 켠에 ​방송인이라는 타이틀도 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부끄럽다네요. 그래서 자신은 그냥 유명인인이랍니다. 암튼간에 여러가지 수식어가 그를 대변하고 있지만 <버티는 삶에 관해서>에 보이는 '그'는 제 생각과 별반 다르진 않네요. 이야기를 끌어가는 필력이나 문장에 보여지는 무심한듯 틱틱 거리는 그가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뭔가 불만 가득찬 사람의 넋두리처럼 말입니다. 노골적이든 노골적이지 않든 그런 이야기를 '쌩'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표현 양식이 역시나 저는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지 않는건 아닙니다. 그가 쏟아내는 정치적 이야기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문제들 특히 언론과 방송을 적나라하게 꼬집을때는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찌됐거나 본인이 방송에 얼굴을 내밀고 활동을 하면서 그로인해 만들어지는 불편함을 토로하며 거기에 자기 주장을 얹는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반면 고시원에서 보여지는 하나의 삶에 두 개의 시선을 적당히 버무려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대가 없다는 지적은, 우리나라의 20대는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전부 도서관에 처박혀 스펙 쌓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그이 생각, 마초여야 한다고, 마초라는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는 최민수를 통해 방송, 언론이나 기자들이 쏟아내는 쓰레기 같은 소모적인 기사들에 대한 통렬함을 이야기 할 때는 얼마전에 막을 내린 드라마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공감은 할 수 있는 대목들이죠.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많은 부분 공감을 가지지만 동의하기는 어려운 그의 생각들을 느끼게 해줍니다. 역시나 그도 말한 것처럼 어떤 현상이나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이 다르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그가 그의 불편할 수 있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가늘지만 현재까지 길게 아슬아슬하게 이어오고 있는 '무언가'를 통해 온통 불만 비슷한 비평스러운 이야기로 덮고 있지만 책 장이 넘어가는걸 중간에 덮을 수는 없었네요. 독서 몰입도는 충분히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카메라가 지켜본다' 부분에서는 그나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나름의 생각을 블로그에 정리하던 제게 '부끄러움'을 갖게 만드네요. 그가 가진 영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상식에 비해 습자지같은 제가 보여서 말입니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저자
허지웅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9-2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여겨왔고, 앞으로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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