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by 두목의진심 2023. 3. 15.
728x90

 

 

숲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서점, 이야깃 속 아홉 빛깔 뿔을 가진 신비로운 사슴.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죽순 솟아나듯 순식간에 생각이 스쳤다.

 

이야기 자체가 환상 속에서 헤매게 되는 통에 현실감은 바람에 촛불 꺼지듯 순간 사라졌다. 어딘가 깎아 지른 듯한 절벽 아래 있을 서점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감각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장을 만났다. 다은을 좋아하는 상훈이 다은의 인생 계획에 '사랑의 순서'가 반드시 있을 거라며 기다린다는 마음을 연서에게 내비치는 장면에 상훈의 달뜬 표정이 떠올라 가슴이 열이 올랐다. 인생 적당히 살다 중년이 훌쩍 지나니 사랑에 무감각 해지는 것이 국룰처럼 느껴져 서글프다.

 

131쪽

 

읽는 동안 자의든 타의든 돌고 돌아 결국 만나는 연서와 서주의 연은 내 아내와 이어진 끈을 생각하게 한다. 혹 전생 어디에서 이어진 끈이 내심 줄곧 이어져 온 것이길 바라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내에겐 형벌일지 몰라도 내겐 숨 쉴 수 있는, 서주처럼 아내에게 기대앉아 소소한 담소를 나누는 삶 자체를 바라는지도.

 

끝내 행복할 수 없는데도 그토록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작가의 불안한 감각이 그대로 전해졌다.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 보냈던 내 스물아홉의 날이 어떠했는지 가늠해 보려 애써보지만 기억해 낼만한 것은 없다. 작가가 끝내 맺지 못한 서주와 연서, 그 기묘한 인연의 이야기는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가 사랑하면서도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삶이 많아서 두 사람의 영원에 대한 이야기는 애달프지만 따뜻했다.

 

연서에게 건 '잠 못 이루는 밤'의 주문이 엉뚱하게 내게 내린듯 하다. 옥토의 눈이 되어서야 끝낼 수 있었다. 펼쳐진 환상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