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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샌드 카운티 연감 - 자연은 스스로 조화롭고 이제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

by 두목의진심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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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일지 궁금했다. 얼핏 환경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짐작은 됐지만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라 내용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심오할까 걱정 되기도 했다. 환경에 대해선 이렇다할 행동적이지 못해서 늘 부채를 떠안은 것처럼 마음이 한켠이 무겁다.

 

책은 생태윤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도 레오폴드의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세상에 대한,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며 생명공동체 전부가 윤리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그의 철학이 담겼다.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는 표지글을 보다 만약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 자연에 포함된다면 결정하고 자시고 할 게 있을까. 그건 생존의 문제가 분명해서 확 와닿기도 했고 내용이 더 궁금했다.

 

머리말의 땅에 대한 그의 생각에 놀라워 한 건 나뿐일까 싶다. 이 시대 인간들에겐 땅이 문화적 산물이란 인식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투기의 대상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서 물질적 혜택에 대한 약간의 건전한 경멸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는 중이다.

 

위스콘신의 그의 농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들의 생태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내게는 살짝 이질감이 없진 않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의 상상의 부재랄까. 하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일상과 풍경 속 꿈틀대는 생명들이 전해져 눈 앞에 농장이 펼쳐지는 건 확실하다.

 

무리로 이동하는 거위의 생태가 육배수로 가족 구성을 한다거나 3월에 무리를 짓지 못하고 혼자 나돌아 다니는 거위는 사냥꾼에게 짝을 잃은 유족이라는 슬픈 사실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찌 알았겠는가.

 

책의 연대를 따라 가다 내 생일이 있는 8월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사막이 있는 지역이니 예상은 했지만 뜨거운 태양은 옹방개 잔디가 있던 자리를 점점 모래로 돌려 놓았다니 더 이상 그 푸른 잔디를 보지 못함이 아쉽다. 그리고 65290 박새가 그해 겨울을 버티지 못한 것도.

 

116쪽, 65290

 

철학적으로 윤리는 반사회적인 행동에서 사회적인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에 대한 두 가지 정의다. 그것은 독립적인 개인들이나 집단이 협업 방식을 발전시키는 경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작했다. 생태학자들은 이를 공생이라고 부른다. 정치와 경제는 원래 무한 경쟁이었던 것의 일부가 윤리적인 내용을 지닌 협업적 체계로 대체된 진화된 공생이다. p251

 

이 책은 그동안 읽어왔던 환경 분야 책들과 확실히 다르다. 인간의 심각한 환경 파괴가 불러온 지구 재앙이나 돌고돌아 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클리셰가 담기지도 않다. 그런 자연이 주는 경고를 유념하고 환경을 되살려야 한다는 캠페인도 아니다. 그의 농장 그리고 주변 자연을 시간의 흐름을 따라 관찰한 기록이며, 그런 환경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겼다. 굳이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편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상상력이 조금 풍부한 독지라면 세밀한 작가의 묘사들을 상상하며 읽는다면 좀 더 글이 생생하게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작가 주는 자연과 공존을 위한 친절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무겁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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