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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지금 니 생각 중이야

by 두목의진심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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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책방, <지금 니 생각 중이야>를 열고 혼자만의 글을 짓는다는 그의 생각을 읽는다. 동년배인 그의 시간을 응원하면서.

 

그의 글에서 자꾸 아내가 밟혔다. 주변에서 하늘이 맺어 궁합도 안 본다는 4살 터울,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면 안 된다는 개와 호랑이 조합의 띠를 들먹였다. 어쩌면 천생연분을 강요받았던 건 아니었을지.

 

아내는 곧잘 자기가 나를 꼬신 거라고 이야기 한다. 나를 만난 처음부터 내게 반했다고. 그런데 내가 아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장애가 있었다. 물론 장애가 있다고 반하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그렇게 22년을 살아내고 있는 아내에게 나는 감옥이 아니었을까. 아내의 자유를 나는 뺏고 있는 게 아닐까. 자유를 선물해 줄 용기가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아내가 지금 오십이다. 그가 자유를 얻었던 그때처럼.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에게 주던 따뜻한 마음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는 시간이었다." 43쪽, 벚꽃 쌈밥

 

모든 부부가 그러진 않겠지만 왠지 마음이 문장에 걸렸다. 우리 부부, 아니 나는 아내에게 마음 자리를 내어 주고 있기는 한지 걱정이 겨울 칼바람처럼 휘몰아쳤다.

 

제목을 볼 때 들었던 처음 생각과는 다르다. 애초에 누군가를 그것도 애정 담긴 대상인 '니'를 생각하는 건 연민 아니면 사랑이 아닐까. 여하튼 그런 대상을 생각했는데 의외의 고단함에 마음이 쓰였다. 이렇게 편히 읽어내도 되는지. 켜켜이 쌓인 체증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 그의 인생이 속속들이 전해져 곳곳에서 먹먹했다.

 

"그제야 오래된 신조를 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뭐라고 움켜쥐고 살았나 싶었다. 놓아버리니 가벼웠다.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산다는 신조를 꽉 잡고 있지 않아도 뿌리는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자유를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고. 뿌리도 그랬다." 123쪽, 뿌리가 하는 말

 

154쪽, 아랫목

 

저자에게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속내를 다 털어 놓을 것 같았다는 공간이 내게는 이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히 눈으로 읽는데도 속으로는 여기저기 문장들에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진다는 그의 글쓰기 시간은 자신을 살아내게 하던 시간이었음은 물론이고 모두를 안아주는 시간이 되고 있음을 그도 알았으면 싶다.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고 해주고 싶다.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183쪽, 누군가 보내준 온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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