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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경제경영] 일터의 설계자들

by 두목의진심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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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하고 싶은 마음이 언제 들었던가? 기억을 더듬게 한다. 취준생이 보면 배부른 소리일 테지만 취업이란 그 선을 넘는 순간 간절함이 순삭 되는 경험 앞에 되려 간사한 자신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일터는 꿈을 이루는 자아실현의 장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출근할 때 영혼은 집에 고이 모셔놓고 와야 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런 일터를 '일하고 싶게' 만드는 설계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게다가 유수의 대기업도 한수 배우려 한다는 그들의 조직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니, 우아한형제들을 거쳐 배민다움에서 일터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저자는 퇴사 열풍의 시대에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일하고 싶게 만드는 설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조직 문화를 고민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잡담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16쪽, 프롤로그-우아한형제들 슬로건

 

이제 더 이상 연봉과 복지로는 인재 영입은 물론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조직의 변화에 대한 현타를 주는 프롤로그를 읽는 동안 맥박이 빨라졌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이나 배민의 기업 문화는 잘 모른다. 다만 그들이 디자인한 어플 입점 업체의 광고비 폭리나 라이더와 관련한 뉴스 기사에 빡침 게이지가 급상승해 어플을 삭제했었다.

 

한데 그들의 윤리 경영 일부를 보니 더 부정적이 됐다. 도덕적 가치라든지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게 양심적이자는 그들의 다짐이 무색하지 않은가. 그들만의 조직 문화가 어떻든 구성원의 가치를 키우려는 노력은 놀랍지만 사회적 가치는 행동하지 않으면 공허한 일이지 않은가. 뭐 뉴스 기사만으로 판단하는 게 옳은가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운"이란 일문화를 가진 조직이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막 생기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정말 꼭 필요하면서도 시급히 적용할 문화다.

 

48쪽, 일 문화는 '소나기 말고 가랑비처럼'

 

"상대가 불편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의 선을 '다정하게' 살짝 넘으며 관계를 잘 쌓는 기업이 관리가 잘 되는 기업이다." 73쪽, 요즘 직원들은 정말 관심을 싫어할까

 

나는 언제부턴가 타인이 내게 갖는, 내가 타인에게 갖는 관심이 불편해졌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그냥 나이가 들어서 라고 치부하기엔 나는 수다를 좋아 하고 사람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퇴근 후 만남이나 회식 같은 모임 자체가 피로하다. 비단 직장 동료뿐만 아니라 친구도 그렇다. 그래서 서로가 다정하게 살짝 넘는 저 '선'의 관심이 내게도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진심 고민한다.

 

119쪽, 심리적 안정감을 키우는 일터의 조건

 

이 페이지 끝에는 이런 문장이 이어진다.

 

"그러나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넘어서 자신의 생각을 투명하게 말하는 일은 설사 그것이 반대 의견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으리라는 안정감의 문제다."

 

읽으면서 몸담고 있는 조직을 생각한다. 500명, 1000명 그보다 많은 조직들에서 적용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처럼 30명 갓 넘은 조직에서 이런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일은 가벼운 일일까? 그럼에도 입사하고 다음날 퇴사를 꿈꾸는 조직이 아닌, 심리적 안정감으로 꽉 채울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을 꿈꾸기에 구성원의 수가 허들이 되질 않길 바라며 모든 리더들이 공유했으면 싶다.

 

132쪽, 단체 채팅방의 새로운 도약 / 169쪽, 우리 회사만의 언어는 왜 필요한가

 

발 담그고 있는 조직의 소통에 대해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이들의 조직 소통 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뭐하나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라서 그런 거겠지만 소통도 노력이 필요하단 말이 씁쓸하면서도 공감은 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잡담 권장은 그가 말하는, 때론 일문화 혹은 우리 삶에는 비효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자고로 사무실은 엄숙한 분위기여야 한다는 지배적인 생각에 대한 비효율을 생각하게 한다.

 

온보딩에 대한 설명은 신규 입사자 교육 정도로 끝내는 조직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이제 넌 우리와 한배를 탄 거다, 정도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나로서는 부러움 만렙이다. 이런 문화가 비단 애플이나 픽사 그리고 우아한형제들만 그런 것이 아닐텐데 많이 아쉽다.

 

262쪽, 태도가 전부다 / 289쪽, 팀워크의 성공 법칙, 신뢰

 

책의 대부분이 리더나 리더 격쯤 되는 이들이 자릿값을 할 수 있는 영감을 팍팍 준다. 그렇다고 조직이 그들만 바뀐다고 술술 풀릴 리가 있을 턱이 있나 싶은 점을 구성원들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콕 집어 준다. 읽고 있자니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가슴이 따꼼 거렸다. 조직을 불평하기 앞서 내 태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좀 가슴 쓰리지만 나는 비범한 일도 평범하게 만드는 쪽이지 않을까, 라는 확신이 든다.

 

"평가보다는 평판", 끝으로 우리 조직의 리더들이 기억했으면 싶은 말이다. 외부에서 알파벳으로 찍어주는 공감 안 되는 평가보다는 조직 안팎에서 이름 첫 글자만 대도 알아주는 평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결국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다. 세상 모든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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