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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 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 관계의 벽을 허무는 하버드 심리학자의 대화 수업

by 두목의진심 202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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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은 순전히 개인적이고 내적인 현상이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에 기반한 사회적 현상이었다." 12쪽, 프롤로그: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라는 오랜 믿음

 

세상에서 진심 어린 사과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또 관계에서 사과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며칠 전,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친족 아동 학대 피해자의 다큐를 보았다. 그중 단호하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는 그들을 용서하기 어렵다.' 라고 말하는 피해자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 관련 책들은 주로 개인의 치유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진심 어린 사과는 상대방의 용서를 허락받는 것이 중요한 것보다 자신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방법이자 그 결과는 상대방의 허락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진심 어린 사과는 자신의 몫이지만 용서는 상대방의 감정이지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과가 그저 진심이 담겼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과와 용서에 대한 감정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사과는 진심으로 했으면 그만이고 받아들이냐 아니냐, 는 상대방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진심 어린 사과도 어쩌면 참 이기적일지도 모르겠다. 한데 저자는 마지막 파트에서 상대방이 받아들일 마음 혹은 준비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는 진심 어린 사과는 오히려 상대방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사과는 쉽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실상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중요하며, 그러지 못했을 때의 대가도 크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라는 말은 틀렸다. 사랑한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33쪽, 가까울수록 해야 한다

 

하얀 설원 위에서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사랑의 진수를 보여 주던 영화 <러브스토리>의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라는 대사는 틀렸다고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사랑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잘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특히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라고 할 만큼 서로 더 상처 주고 상처받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잘 안 하지 않는가. 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에피소드 중 은희와 미란의 우정에서도 보이듯 어쩌면 친할 사이일수록 '그 정도는 다 이해해 줄 거야'라는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믿음에서 사과는 생략되는 게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상처에 시효가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데 대한 죄책감에도 시한이 없다." 41쪽, 나에게 도움이 된다

 

인지부조화, 남성성 등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우리가 벌이는 많은 실수에 대해 바로잡을 기회와 방법을 모른다고 저자는 여러 사례와 이론을 통해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관계 회복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83쪽, 사과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 105쪽, 방법은 많고 가능성은 열려있다

 

저자는 다양한 상담을 통해 얻은 임상 결과를 토대로 관계 회복을 위한 '사과(謝過) 모델'을 제시한다. 종교, 비즈니스, 디지털 및 공동체, 문화, 사법정의, 의학, 공개사과 모델의 다양한 영역을 통해 4단계 사과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어렵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119쪽, 좋은 사과의 4단계

 

사실 '미안해' 라는 말이 진심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시도라면 이것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 라는 저자의 지적에 우린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영혼 없는 사과를 배우며 자랐고, 또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미안함이 뭔지, 상대방의 감정이 어떤지 헤아리는 게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빨리 친구한테(혹은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해야지!' 라고 단호하게 채근하지 않는가. 어쩌면 그건 사과는 영혼이 담기든 말든 후딱 해치워 버려야 하는 걸로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의 진심 어린 사과에 필요한 4단계 방법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히 2단계의 사과에 앞선 후회와 반성을 표명하고 책임을 시인하는 진정성이 사과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180쪽, 2단계: 말은 어떻게 진심이 되는가

 

그리고 파트 3에서, 공동체에서 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곧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이라는 '상처 흩뿌리기'에 대한 내용도 여러 부분 공감된다. 그런 상황에서의 친밀한 사과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많든 적든 인간관계가 공동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81쪽, 그 후 우리는

 

이처럼 사소한 오해든 깊은 상처의 골이든 망가지기 싫거나 망가져서는 안 되는 그런 관계에서 타이밍을 놓쳐서 혹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벌어진 틈을 메꾸고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 가정불화, 직장 내 갈등, 생각 차이 같은 문제로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거나 좋은 사과하는 방법에 대한 해법이 담겼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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