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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에밀 졸라의 진실 - 진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by 두목의진심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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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명저를 주목하는 '이다의 이유' 두 번째 인물로 에밀 졸라 이야기다. 1894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덮기에 급급한 기득권 세력을 날선 비판을 담은 1901년 작 <멈추지 않는 진실>을 옮겼다. 그리고 들어가는 글, 에서 에밀 졸라의 기고문 <나는 고발한다!>를 요약정리한 내용만으로도 숨이 가빠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고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자랑하듯 읽는 다독은 활자를 그저 스치듯 넘기는데 급급한지라 어렵고 두꺼운 책은 피한다. 하여 세기를 넘나드는 거장들의 책은 모른 채 이름만 기억하는데 에밀 졸라 역시 그렇다. 이 책은 내가 읽게 된 그의 첫 책이다.

 

진실과 관계없는 조작된 사실이 어떻게 덮이는지, 이 과정에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고 특정된 사람은 어떻게 마녀사냥감이 되는지 알게 된다. 그들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진실에 귀 닫고 눈 감고 입을 막는다. 어느 순간 진실이 무엇인지 깨닫더라도 말이다. 1898년에 프랑스에서 벌이진 일이 2022년, 여전히 그것도 자주 목도되는 일이라서 놀랍지도 않다.

 

"진실과 정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이 존엄하다. 진실과 정의만이 국가의 위대함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순간에 정의와 진실을 가릴 수 있지만, 진실과 정의를 유일한 존재 가치로 삼지 않는 민족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저주받은 민족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에밀 졸라의 진실을 향한 외침이 시위와 투쟁의 현장이 되는 동안 시민은 '드레퓌스를 죽여라!' 라며 갈라치기 되고 정작 현실에서 멀리 수감된 드레퓌스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진실이 밝혀지리라 고대했을까? 아니면 침묵하길 바랐을까? 당사자 없는 진실은 과연 진정한 진실일까, 만약 그때 드레퓌스가 에밀 졸라의 행동하는 지성을 향한 양심의 소리가 야기한 일련의 소요로 목숨을 잃었더라도 진실은 유효한가?

 

13쪽, 들어가는 글

 

"역사와 내일의 정의 앞에서 내 행동을 정리한 기록이다." 25쪽

 

이 책은 1897년부터 1900년까지 <르 피가로>나 팸플릿 등에 실린 기고문을 엮은 것으로 드레퓌스 사건 3년의 기록과 영국 망명 11개월의 기록이 다른 의미로 왜곡되지 않고 자신의 기록으로서 오롯이 남길 바라는 다짐이 담겼다. 사실 히틀러가 벌인 2차 세계대전보다 45년이나 먼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반역자로 몰려야 했던 이 사건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독일이 아닌 프랑스에서.

 

에밀 졸라는 그들은 내게 더도 덜도 아닌 인간일 뿐이다, 라며 인종이나 종교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인권을 강조하며, 침묵하지 않고 펜을 들었고 "우리는 돈 냄새에 발정이라도 난 것처럼 저열한 언론을 보았다." 라며 언론 조작을 향한 그의 표현은 강렬한 청량감이 넘친다. 그런 저열한 언론을 우리는 매일 마주하고 있어 그냥 넘길 수 없는 분개함이 있다.

 

59쪽, 조서

 

에밀 졸라는 작가로서의 명성보다는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멈추지 않는 진실의 길을 선택했다. 공권력 남용의 인권유린, 언론의 진실 조작으로 진실이 어떻게 묵살되는가를 목도한 그는 행동하는 지성이 올바른 목소리를 낼 때 사회정의는 실현되고 정의 역시 올바르게 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그러한 신념을 행동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의 노력으로 결국, 프랑스 최고 재판소가 판결의 오류를 시인하면서 드레퓌스는 12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에밀 졸라의 13편의 기고문이 수록되어 있다. 이 극적인 사건을 통해 그의 사람에 대한 연민과 정의에 대한 신념, 진실을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14쪽, 제 5막

 

드레퓌스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가 매일 목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과 정의다. 그리고 진실 앞에 눈 감지 않는 행동하는 지성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에서 에밀 졸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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