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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by 두목의진심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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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로고테라피 창시자, 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 의학과 심리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상의 상황을 희망하지 않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 한 그의 수용소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는 정도다.

 

그의 자전적 기록, 그렇다고 일기라고 하기엔 결이 좀 다른데 어쨌거나 그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겼다. 로고테라피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그의 유년 시절부터 수용소에서 버텨낸 고통스러운 시기 그리고 집필과 왕성한 강연을 이어간 노년까지의 일들을 무겁지 않게 가볍게 담아냈다.

 

인간이 극한의 고통에 내쳐진다 해도 '극복할 가능성'을 버려선 안 된다는, 그래서 고통이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존재를 스스로 책임질 때,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59쪽

 

고등학생 시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정신의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의 경계를 사유하고 논문까지 써낼 정도의 수준, 그의 논문이 아들러가 출간하는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는 심리치료에 진심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병'으로만 매몰 시키지 않고 사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의사이자 연구자였던 그의 노력은 '역설의도기법'이나 '공통분모기법' 등 치료 기술을 찾아낸 게 아닐까.

 

 

그의 아우슈비츠 수감에 관한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어쩌면 이 책만큼 내밀한 내용은 없지 않았을까 싶어 갑자기 흥미를 더한다. 왠지 베일에 싸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몰래 듣는 기분이랄까.

 

 

 

그나저나 그의 독자였다던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나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한 아시아의 한 정치인, 그가 고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궁금하다.

 

"우리가 절대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면, 상대적인 진리를 바로잡는 데 만족해야 합니다." 162쪽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이 짤막한 자전적 이야기에 다 담겼다. 정서적 지지와 영향을 준 부모님,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의지가 된 아내 틸리 그리고 왕성하게 학문 탐구와 강연을 도우며 남은 생을 함께한 두 번째 아내 엘리, 프로이트와 아들러와의 학문적 교류와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 중심'의 연구자였음을 알게 한다.

 

이 책은 그런 날 것의 이야기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채 책으로 옮겨진 듯하다. 뭔가 매끈하지 않은 서툰 느낌이 있다. 그래서 시선하다면 이상할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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