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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셋이서 수다 떨고 앉아 있네 - 세 혼남의 끝없는 현실 수다

by 두목의진심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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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면, 정답에 가까워진다”란다. 패션 사업가 오성호, 방송인 홍석천, 개그맨 윤정수 세 혼남이 모였다. 각자 활동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에 있는 이 입담 좋은 남자들이 떠는 수다가 궁금하다. 한편 문장처럼 산다고 생각했던 세 남자의 가벼운 수다 속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현실도 얼핏 보여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생각한다.

 

시작은, 솔직히 털어놓으면 셋 사람 중 두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한 사람은 아예 몰랐다. 사람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걸 취향이라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뭐 딱히 정의할 의미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표현하자면 '홍'과 '윤'은 내 취향이 아녔다. 그리고 패션에 대해서 관심도가 낮으니 '오'를 아예 모르는 게 당연한 결과겠다.

 

한데 내 취향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말을 잘한다는 걸 아니 재밌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거운 수다다. 시작부터 자살에 빚이라니, 시대가 시대니 그렇겠지만 그래도 밝은 이야기부터 앞에다 끌어 놓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렌트 인생이네, 우리 사는 게." 24쪽

 

별의별 것들을 다 렌트한다며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들 사정을 조명한다. 문득 아등바등해서 집 한 채 마련했지만 은퇴 후 막막한 생활을 주택연금으로 타개하라고 부추기는 정부 정책을 보면 결국 어쩌면 그 집도 렌트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타인의 삶의 방식을 두고 옳다 그르다 혹은 마음에 든다 안 든다로 논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지만 '오'를 모르면서도 '오'의 사고방식은 분명 젊은 세대가 부르짖는 욜로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멋지다. 꽃병과 화단이라는 삶의 여유라니, 확실히 매력적이다.

 

 

생각해 보면 미디어에 비친 '윤'이나 '홍'의 단편적 모습은 불우한 과거를 소환하거나 여성성을 필요 이상 들어낼 때 관심이 떨어졌었다. '윤'이 어렵게 성장한 건 그의 잘못이 아니지만 빚을 진건 그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지인을 믿었던 죄라는 식은 면죄부는 안 된다.

 

물론 조용히 갚으려 애써온 점이야 당연하면서도 대단하다. 이상민이 궁상민으로 불리며 안쓰러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현재보다 과거의 일이 자주 거론되는 건 별로다. 종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그를 볼 때 느꼈던 생각인데 책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당당해 보기 좋다. 한국인 정서에 연예인이 떼 돈을 벌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돈을 왕창 벌고 싶다거나, 자신은 실전에 강해 언젠가 자신의 시대가 올 것이라 호언장담 한다. 그를 몰라도 한참 몰랐나 보다.

 

 

반면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채무감 가득 담긴 마음으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선하게 살겠다 노력하는 '홍'의 마음이 정작 식당이든 방송일이든 힘들게 자신을 갈아 넣는 일은 아닐까 싶었다. 소수자라는 삶이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꾸 갚으려는 그를 보니 아프다.

 

'오'는 그도 모르지만 패션도 문외한이라서 남의 다리 긁는 기분이 없진 않았는데 아이돌처럼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데뷔까지 시켜주는 일을 한다니 생소하면서 흥미롭다. 게다가 배신 당하고 복수까지 했다니 꽤나 드라마틱 하다 싶다. 혼자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겠다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 탐난다. 다음 생엔 그리 살아볼까 싶다.

 

찐 수다다. 혼남 셋이 모여 딱히 깊이 있는 건설적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다 지난하고 우여곡절 많은 인생 이야기를 담담하고 가볍게 전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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