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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기획/여행] 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by 두목의진심 2020.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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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는 동떨어진 표지 디자인이 별로다 싶었는데 역시 기획자이다 싶다. 영화, 잡지, 신문 기사 등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바로 정보로 분류해서 정리한다는 그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좀 낯설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다.

 

“완벽함을 바랄수록 여행이 어려워진다.” p19

 

뭔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 저자가 여행은 완벽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사실 나는 설렘은 잠깐이고 준비하다 진 빠지고 정작 도착해서는 피로만 쌓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다 보니 대부분 여행은 연중행사 정도다.

 

여행을 기획과 연결 짓는 그의 탁월한 여행 감각은 기발함을 넘어 기똥차다. 여행에 목적을 정해야 방향이 정해지고 여행지에서 뭘 해야 할지 명확해진다거나 여행에 프레임을 설정해야 그로 인해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기보다 생각한 것들을 결과로 만드는 것이 탁월하달까.

 

 

"기획은 번뜩이는 이이디어와 창의적인 생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머릿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가려면 꽤 논리적이어야 한다." p52

 

'왜?'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머릿속에 담고 사는 기획자의 일상이 누군가를 위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일상이 낯선 여행지로 연장될 때의 궁금증이 좀 더 색다른 여행을 선사한다는 설명이 쉽게 이해되지만 피로하다.

 

 

이 책은 단순히 기획자가 어딜 좋아하고 어딜 다녔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에 대한 감성적 여행 책자가 아니다. 사실 그런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예상이 완전 빗나간 독서는 의외의 관점이 나쁘지 않았다. 여행과 기획의 공유되는 관점에 대한 기록이랄까? 어찌 보면 철저하게 기획자의 시선 안에서 낯선 것들에서 찾아낼 수 있는 창의적 기발함을 추구하는 관점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저 낯선 곳의 공기, 냄새, 사람들, 풍경 같은 그동안 여행이라고 알아 온 것들에 의지하게 하지 않는다. 그냥 훌쩍 다녀오는 여행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여행 중 대화를 할 때마다 내가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 (…) 상대방이 내가 정한 키워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선을 긋지 않고 일단 화두를 던져보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p78

 

여행 목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행지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필수적인 언어를 암기하고 '왜?'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것, 그것이 필요한 여행은 단순히 비우기 위한 여행과 분명 다르고 어쩌면 그게 기획자의 여행법이라면 더 피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키워드를 통해 여행지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그의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여행은 독창적이고 새롭다고 느껴진다. 그가 왜 여행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되면서 나도 한 번쯤 그의 여행법으로 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덧붙여 그가 여행자의 마음으로 갔다가 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혹은 그 반대이기도 한 곳들의 이야기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그때를 위해 메모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또 여행에 필요한 기획자의 시선을 정리해 놓은 꼭지 역시 활용도가 높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게 하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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