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프롤로그를 읽다가 예전 뉴스에서 보았던 성추행에 대한 기사 댓글에 "그러게 누가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설치래?"라는 식의 글이 있었는데 엄연한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댓글에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회적 편견의 묵직함이 전해진다. 연구자의 침착하고 건조한 문체라기보다 살짝 흥분된 상태처럼 느껴진다.
"여성은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이되, 위험한 관심이나 원치 않는 관심을 받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은, 위태로운 경계를 찾으려 투쟁한다." 66, 길거리 성희롱.
여성을 성적 존재로 보게 만드는 '문화 강박'이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이 주제를 가지고 TED에서 주목받은 강연자다. 그런데 실제로 여성에게 극심한 다이어트와 짧은 치마 같은 외모 꾸미기에 "왜?"라는 질문을 해보면 '자기만족감'으로 자신을 꾸민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녀들의 속내는 과연 진실일까?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이 중요한 건 아니었을까? 이 책으로 여성을 성적 존재로 바라보게 만드는 문화적 시선이 걱정스러워졌다.
"자신의 신체적 매력을 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매력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외모 평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된다." 76, 대상화는 언제나 문제인가.
여성의 미美에 대한 기준이나 자기 검열에 관한 이야기와 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에서 재이미의 한국인의 인식에 대한 소개는 씁쓸함을 남긴다. 시대적 혹은 문화적 흐름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요하게 되었다는데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자기검열이 아닌 순수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추구하는 부분도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기준이 각자의 몫이므로 사회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이 맞닿아 있다면 제삼자의 페미니스트적 규정으로 강요되었다거나 만들어졌다거나 하는 주장 역시 편견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화장을 하고 남편의 옷을 입고 스스럼없이 외출을 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보면서 그다지 불편함을 갖지 않는 우리 부부에겐 우리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있어서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사회적으로나 내적 자기검열 어느 쪽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는 제 가상의 자아와 진짜 자아가 똑같으면 좋겠어요." 225, 외모가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 마라.
실물의 존재를 없애고 가상의 존재로 둔갑시키는 포토샵의 비판부터 "그 옷이 당신에게 잘 어울리네요."라는 외모 칭찬이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는 경고는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비난에 가까운 외모 지적이 아닌 칭찬이나 존중 역시 역효과를 만든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이 모든 자기검열은 여성의 문제로 국한하기는 어렵다. 물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 피해?를 보고 있다 할지라도 외모를 호감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남녀 구분이 없다는 게 시대 흐름이다. 단 한 번의 면접을 위해 교정과 성형뿐만 아니라 미백을 위해 피부를 벗겨내는 남자도 많다. 여성들이 전지현 따라잡기라면 남성들은 정우성 따라잡기가 아닐까.
"신체 혐오는 체중 스펙트럼의 양극단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으며 그 어느 쪽도 괜찮지 않다." 266, 표현이 문제다.
그리고 옷을 사러 가서 탈의실에서 나온 딸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졌다. "너한테 잘 어울린다!" 혹은 "색이 멋지게 보여!" 과연 어떤 말이 자기검열과 관계없는 말인지 어떤 말로 아이의 기분을 공감해줘야 할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60쪽, 12줄. '에린은 이 마치' 문맥 오류
68쪽, 15줄 '성인 남상' 오타.
335쪽, 7줄 '하'자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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