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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심리/에세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 마음이 뾰족한 날, 나를 다독이는 공감 에세이

by 두목의진심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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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챙기는 세상에서 '우리'를 챙기는 따듯한 책을 만났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서평단으로 신청을 하면서 두근두근했다. 무지 긴 귀를 가진 토끼도 그러하거니와 도대체 하고 싶은 거를 척척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긴 할까?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 수 있는 걸까. 저자의 생각이 생활이 삶이 궁금했다.

 

"행복에는 수반되는 무게가 있다. 하기 싫은 것을 아홉 개쯤은 해내야, 하고 싶은 하나를 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p24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저자 말대로 인절미 한 덩어리가 목구멍에 달라붙은 것처럼 마음이 걸려 계속 넘어가지 않는 문장을 만났다. 나는 여태 아홉 개의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걸까? 얼마나 하기 싫은 일이어야 숫자로 셀 수 있을까? 죽기 전에 학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뭘 하고 싶은지 명확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림이 그리고 싶기도 했다. 저자처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그런 일도, 장애인을 위해 발 벗고, 아니 신 벗고 뛰어다니는 열정 넘치는 사회복지사가 될까도, 사발이를 타고 제주도 일주도, 세발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기어서라도 한라산에 오르고 싶기도, 스카이다이빙도, 저 심해의 니모도 만나고 싶었고 애니메이션으로 대박이 터져 햄머를 타고 싶기도, 아내와 손잡고 프라하를 배회하는 것도, 휠체어를 타고 도쿄의 낯섬도 경험하고 싶기도 했다. 사람이 없는 오지로 들어가 오지인이 돼보는 것도,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북 카페 주인도 되고 싶기도 한데 이러고 살 수 있을까?

 

"다만 틀린 그대로를 고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건 인생의 저자인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p37

참 어렵다. 그대로 내버려 두는 일. 그래서 더욱 어려워지는 관계의 수렁. 늘 후회를 반복하지만 왜 그대로 두는 걸까? 뭐가 두려운 걸까. 친구와도 딸과도 그리고 내 주변에 대 부분의 사람들과도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난 그냥 내버려 두지 못하나 보다.

 

 

웃지 않는 소녀와 성별을 알 수 없는 토끼가, 역시 성별을 알 수 없는 북극 곰이 옷을 다 탈의한 채로 부끄럽게 눈을 맞추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양이와 뽀로와 그의 친구들이 텍스트 속에 살아 숨 쉰다. 저자의 외로움은 토끼가 고스란히 떠안았나 보다. 토끼는 그다지 웃지 않는다. 가끔 미소만 지을 뿐이다. 어쨌거나 너무 멋진 그림들이다. 굳이 마음이 뾰족한 날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다.

 

"반가운 이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오기도 한다." p96

"나는 늘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하면서도 어리석게도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p104

세상에 좋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15층에서 뛰어내린 한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방금 TV에서 봐서 그랬을까?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철없는 소녀들보다 그들이 뭘 그리 잘못했냐는 식의 부모들이 더 철이 없음을 느끼며 다시 한번 '좋은 사람'을 생각한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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